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을 수사해온 이현주 특별검사팀(특검)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제기된 의혹들을 모두 기소하지 않겠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사실상의 무혐의 처분이다. 특검은 "수사 결과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인적·물적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참사 7년만이자 9번째 진상규명인 특검 수사는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가짜 DVR은 없다…바꿔치기도 근거無
그간 특검에서는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세월호 DVR 수거 과정에서의 조작 의혹 △DVR 관련 청와대·정부 대응의 적정성 등을 수사해왔다. DVR은 세월호 내 CCTV 영상이 저장된 일종의 블랙박스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 증거로 꼽혀왔다.우선 특검은 DVR 조작 의혹의 경우 "2014년 4월 16일부터 6월 23일까지 해군·해경이 교신한 음성파일 약 4000시간 분량을 확보해 검토했지만, 세월호 DVR이 2014년 6월 22일 이전에 수거됐다고 볼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6월 22일 수거된 DVR이 가짜 DVR이라는 의혹도 규명하고자 수거 당시 수중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하고,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수십명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했지만 가짜 DVR이 존재한다고 볼만한 근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해군과 해경이 2014년 6월 22일 세월호 선내 안내데스크에서 수거했다고 주장한 DVR과 검찰이 확보한 DVR이 서로 다르다"며 DVR 조작·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했다.
해군이 참사 직후 DVR을 확보해 놓고도 뒤늦게 수거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그사이 진짜 DVR은 조작돼 서로 바뀌었을 거란 의심이었다. 올초 해산한 검찰 특별수사단도 이 의혹을 들여다봤지만, 별도의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특검은 "당시 상황과 진술 등을 종합해보면, 누군가 은밀하게 세월호 선체 내부로 잠수하고 시야 확보가 어려운 수중에서 세월호 3층 안내데스크를 찾아가 세월호 DVR을 수거하고, 아무도 모르게 참사 해역을 빠져 나가기는 극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자체 검증과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2014년 6월 22일 수거된 DVR은 가짜 DVR이 아닌 원래의 세월호 DVR이라고 판단했다"며 "DVR 조작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CCTV 복원 데이터 오염…조작 아니다
특검은 세월호 CCTV 데이터의 조작 의혹도 사실과 다르고 결론지었다. 해당 의혹은 2014년 법원에 제출된 세월호 CCTV의 복원 데이터가 '덮어쓰기' 방식으로 조작됐고, 사참위가 자체 확인한 '덮어쓰기' 부분만 총 1만 8353곳에 이른다는 게 골자다.
이를 두고 특검은 "사참위가 분석한 복원 데이터는 2014년 법원의 검증 절차가 종료된 이후 복원촉탁인이 개인적으로 자신의 작업용 하드디스크에 보관해온 것"이라며 "촉탁인은 작업용 하드디스크에서 여러 자료를 복사·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촉탁인이 개인적으로 자료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MP3 음악파일, 예능프로그램 편집 영상 등이 복원 데이터에 들어간 걸로 추정된다"며 "복원 데이터는 오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법원에 제출된 CCTV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검은 세월호 CCTV 데이터의 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3차례에 걸쳐 국과수 분석을 의뢰했다고 한다. 또 복원 작업 기간인 2014년 6월 25일부터 8월 18일까지 복원 작업실을 촬영한 4개의 CCTV 화면 약 1310시간 분량 전체도 검토했다.
특검은 "사참위가 조작의 흔적으로 지목한 특이 현상들의 경우 데이터 복원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며 "세월호 CCTV 데이터에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도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어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수사로 의혹 해소됐기를"
DVR을 둘러싼 청와대·정부 대응의 적정성 부분도 특검은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제가 되는 DVR 바꿔치기나 CCTV 조작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만큼, 청와대·정부의 개입으로 수사를 뻗어갈 여지가 없다는 취지다.
특검은 90일의 수사 기간 동안 해군과 해경 등 10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78명을 조사했다. 또 169테라바이트 분량의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고 4000시간 상당의 음성 교신도 검토했다고 한다. 특검의 공식 활동은 이날 최종 수사 결과 발표로 종료된다.
이현주 특검은 "오늘로 9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한다. 특검은 진상을 규명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부디 이번 수사로 의혹이 해소됐기를 바란다. 특검에 신뢰와 격려를 보내주고 버팀목이 돼준 유가족에게 감사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