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총괄했던 외교부 핵심 인사가 차기 대선 야권 유력 주자 선거 캠프에 전격 참여하자 여당에선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감지된다.
대체적으로는 "본인의 정치적 선택"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고위급 인사의 '태세 전환'이 더 이어지진 않을지 짐짓 염려하는 모습이다.
해당 인사는 이도훈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캠프가 10일 공식 발표한 경제, 사회, 외교·안보·통일, 교육 분과 정책 자문단 42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이 전 본부장은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를 겸하면서 주변국과 소통하는 실무를 맡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을 시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외교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이력이 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문재인 정부 첫 본부장을 맡아 지난해 말까지 근무한 뒤 임기를 마쳤다.
하지만 본부장 이후 외교부 내에서 승진하거나 재외공관장으로 옮기던 전례와 달리 올봄 공관장 인사에 배제되면서 거취에 관심이 쏠려 왔다.
이를 두고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미 워킹그룹'에 끌려가다 남북관계를 그르쳤다는 일종의 책임론도 여권 일각에서 제기한다.
여당에서는 대체로 그의 윤석열 캠프 참여에 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공식 논평이나 대권 주자 입장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퇴직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고위공직자가 이렇게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것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외통위 소속의 또 다른 친문(친문재인계) 의원은 통화에서 "승진할 전망이 없으니 본인이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라면서 "특별히 소신 있게 정책을 펴지 못하도록 통제하거나 갈등이 있던 건 아니었으니 문제 될 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감사원장에 이어 이도훈 본부장까지 현 정부 고위급 인사가 연이어 보수 야권으로 향하는 데 대해 '위험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당내에서 제기된다.
반면 "대선판이 혹시나 수준 낮은 이념논쟁으로 흐를까 걱정했는데 이 정도면 윤 전 총장이 극우적인 강경파 자문을 듣는 것 같진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다(외통위 소속 김홍걸 무소속 의원)"라는 반응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