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최고기온이 45도까지 오르는 30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덮쳤다.
수도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200km 떨어진 에비아 섬은 지난 3일 시작된 화재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앙상한 가지와 불씨만 남았다. 주민 수백 명은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어 대피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에비아 섬이 파괴되고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새까맣게 타버렸다"면서 모든 피해자들에게 보상과 산림 재건을 약속했다.
또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정부의 화재 진압 노력과 장비가 한심할 정도로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 사과했다.
화재로 도로가 끊기자 섬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해변과 방파제로 대피한 뒤 구조선에 몸을 실었다.
해변 마을에 살던 데이비드 안젤루는 "우리는 완전히 버림받았다. 소방서도, 교통수단도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열기와 연기가 엄청났다. 태양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9일 현재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지역도 대형 산불이 꺼지지 않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수백
채의 집과 건물이 피해를 입었고, 최소 4만 ha(헥타르)가 불탔다. 이날 정전도 발생해 1만 7천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유럽과 중동의 20여 개 국가는 그리스의 지원 요청에 따라 항공기와 헬기, 소방차, 인력 등을 보냈다. 이번 화재로 그리스 자원봉사 소방관 1명이 지난주 숨지고 4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화상으로 중상을 입었다.
이밖에 이탈리아 남부와 마케도니아 북부, 몬테네그로도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