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대해 "국가 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의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해, 청와대 등 남측 정부와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은 특히 "위임"에 따라 담화를 발표한다고 말해, 이번 담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해 발표한 것임을 시사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이번 한미연합훈련은 "우리 국가를 힘으로 압살하려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며 우리 인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조선반도의 정세를 보다 위태롭게 만드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측의 위험한 전쟁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압박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조성된 정세는 우리가 국가 방위력을 줄기차게 키워온 것이 천만번 정당하였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해주고 있다"면서, "현실은 말이 아니라 실제적인 억제력만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며 우리에게 가해지는 외부적 위협을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서 사활적인 요구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고 핵 무력 강화 방침을 정당화했다.
김 부부장은 특히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하여야 한다"며,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한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 입장을 또 다시 꺼내들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날로 가증되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인 억제력 즉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 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끝으로 "이 기회에 남조선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 한다"며,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 한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담화는 대북적대시정책의 상징으로서 한미군사훈련의 완전 중단 없이는 대미, 대남관계를 강 대 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는 점에서 통신 연락선 복원 이후의 남북, 북미대화 재개는 상당 기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 행위에 유감을 표한 대목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유감 표시로 해석 된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훈련이 연합참모훈련과 지휘소 훈련으로 병력 동원을 크게 줄였음에도 북한은 훈련의 전면 중단 요구를 거듭 확인했다"며, "한국 정부에 더 큰 양보조치를 바란다는 메시지인 동시에 장기 표류 중인 북미협상에서도 명분을 찾으려는 초조감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대 교수는 "이번 담화의 가장 큰 특징은 북한이 생존권 차원에서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 범주에 주한미군 철수를 명확히 포함한 것"이라며, "향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요 조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담화의 핵심은 한미연합훈련을 명분으로 향후 무기개발 시험을 정당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3월 순항 미사일과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이후의 다음 순서는 SLBM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는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렸다가 훈련이 종료된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갑자기 유화정책으로 전환했다"며, "김여정의 이번 메시지에 과민반응하기 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10일부터 13일까지 한미연합훈련의 사전연습에 해당하는 위기관리참모훈련을 하고, 16일부터 26일까지 본 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