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로부터 금품수수 혐의를 받는 이방현 부부장검사(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가 압수된 휴대전화 암호 해제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영장이 신청될 경우 검찰이 이 부부장검사를 면담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부터 '경찰 사전구속영장 검찰면담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지만, 자칫 '제 식구 감싸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8일 오전 이 부부장검사를 소환해 오후 8시 30분까지 약 10시간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11일 이 검사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 부부장검사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슈퍼카'에 버금가는 최고급 수입 스포츠카를 상당 기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스위스 명품 브랜드 'IWC' 시계와 현금, 자녀 학원비 대납 등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부부장검사의 혐의 입증에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녀 학원비 대납과 스포츠카 무상 이용 부분은 명확한 증거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여전히 이 부부장검사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의 암호해제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포렌식을 하려면 암호부터 풀어야 하는데, 이 부부장검사가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압수수색 당시 이 부부장검사에게 패턴과 비밀번호 등을 물었지만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부장검사의 휴대전화는 삼성 갤럭시 S21로 최신 보안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이 부부장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신청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구속된다.
하지만 경찰이 이 부부장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검찰에 의해 바로 청구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26일부터 경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검찰 단계에서 청구 전 피의자를 면담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전구속영장이란 범죄 혐의가 확실하지만 체포하지 못한 피의자에 대해 영장 실질심사를 받도록 강제해 구속여부를 판단받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체포 등 신병이 확보된 상황에서 신청하는 사후구속영장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껏 서울중앙지검은 사후구속영장에 대해서만 유치장에 수감된 피의자에게 전화로 변론 기회를 부여해왔다. 사전구속영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변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서면으로 수사기록을 본 뒤 청구 여부를 결정했는데, 피의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청은 서울중앙지검 관할이기 때문에 이 부부장검사 또한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검찰이 현직 간부급 검사를 면담한다는 셈이라 '제 식구 감싸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면담을 진행할 경우 서면으로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것과는 달리 피의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배경 등이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직까지 현직 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영장이 신청돼 검찰 단계에서 면담을 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전방위 금품 살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주말 박영수 전 특별검사 소환을 끝으로 1차 조사는 완료한 상황이다. 향후 수사는 2차 조사 및 내사 진행에 따른 추가 입건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내사 대상에 올라있는 만큼, 정치권까지 수사 범위가 넓혀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