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여부를 결정지을 법무부 심사가 9일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 이 부회장과 관련해 검찰이나 법원에서 추가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4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다수의 추가 사건에 대한 판단조차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석방 논의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자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2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 받은 국정농단 사건과는 별개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프로포폴 투약 의혹과 관련된 4건의 사건으로 수사‧재판 절차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 검찰의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사건은 2건으로, 이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건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목표로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결론 내리고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작년 9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다만 이와 관련된 일부 혐의 사건에 대해선 아직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채 검찰에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하나는 경찰에서 최근 송치한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 관련 사건이다. 중앙지검은 지난 6월 이 부회장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혐의에 대해 약식기소 했는데, 이후 경찰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에도 의료 목적 외에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고 보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이송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중앙지검은 기존 건과 묶어 기소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재판부에 정식재판을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받아들여졌다. 아직 추가 프로포폴 사건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 부회장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건은 검찰이 이미 기소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건과 프로포폴 사건 2건이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은 아직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고, 프로포폴 의혹 건은 아직 첫 공판조차 열리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가 진행되자 각계에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은 향후 경영권 승계 등 범죄 유인이 남아 재범 가능성이 있고, 삼성물산 불법합병‧프로포폴 투약 등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본적으로 가석방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다른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가석방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법무부 차원의 가석방 본(本) 심사 이전 서울구치소 차원에서 진행됐던 이 부회장 가석방 예비심사 과정에 불거진 절차상 하자 논란과 관련해 물음표가 나온다. 가석방 예비심사 실무를 규정하는 법무부의 가석방 업무지침(예규)에는 '예비심사 대상자에 대해 수사‧재판 중인 사건이 있는 경우 법원, 검찰 등 관련기관의 의견 등을 조회해 예비심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구치소 측은 검찰에 남아있는 일부 사건과 관련해 예비심사를 마친 이후에서야 뒤늦게 의견을 조회한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법무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한 검찰 출신 인사는 "수사 중인 사안은 검찰에, 재판 중인 사안은 재판부에 의견을 조회하면 된다는 법무부의 설명은 업무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석방 절차를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추가 사건이 진행 중인 인사에 대해선 가석방을 원칙적으로 막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 가석방 예비심사 절차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법무부에 공식 질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