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그 '현장'에 있다는 감각이 오프라인 콘서트에 비할 수 없다는 약점은 치명적이다. 현장감 약화는 때로 공연에 대한 집중력 저하를 불러오기도 한다. 온라인 콘서트일수록 해당 가수의 곡을 더 잘 알고 좋아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유였다.
데이식(DAY6)의 유닛 '이븐 오브 데이'(Even of Day)의 온라인 콘서트를 신청하면서도 솔직히 걱정이 들었다. '믿고 듣는 데이식스'라는 수식어를 가졌을 만큼, 여러 명곡을 보유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븐 오브 데이와 원 그룹인 데이식스의 곡에 익숙지 않아도 공연을 끝까지 잘 볼 수 있을까 싶었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공연을 보고 난 소감은 이렇다. '기우'였다.
8일 오후 3시, 네이버 브이라이브 채널에서 데이식스의 첫 번째 유닛 이븐 오브 데이의 단독 온라인 콘서트 '라이트 쓰루 미'(Right Through Me)가 열렸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지난달 발매한 미니 2집 '라이트 쓰루 미'의 전곡을 들려주겠다는 이븐 오브 데이의 각오에 맞게, 가장 첫 곡도 미니 2집 수록곡 '우린'이었다.
'파도가 끝나는 곳까지', '그렇게 너에게 도착하였다'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발표한 폴킴 원곡의 '있잖아', '사랑, 이게 맞나봐' 등 다섯 곡을 부르고 나서야 이븐 오브 데이는 본격적인 인사를 건넸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다는 도운은 "마이데이(팬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멤버라면) 누구나 한결같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영케이는 "매 공연 그랬지만 비대면 콘서트라서 어떻게 하면 현장감을 살릴까 고민 많이 했고 세트 리스트도 신경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원필은 "어두운 밤에서 새벽을 지나 아침이 오는 동안 시간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해봤다. 여러분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으니까 저희 고민과 생각이 여러분에게 잘 닿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세 사람은 '역대급', '나 홀로 집에', '네가 원하는 것들', '뚫고 지나가요', '비극의 결말에서', '땡스 투'(Thanks to), '러브 퍼레이드'(LOVE PARADE) 등 이븐 오브 데이의 곡뿐 아니라 '버릇이 됐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원하니까', '예뻤어', '뷰티풀 필링'(Beautiful Feeling), '마이데이'(My Day),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등 데이식스의 기존 곡도 선보였다. 마지막 곡 역시 데이식스의 곡 '싱 미'(Sing Me)였다.
깊은 바닷속에 있는 것 같은 짙푸른 배경, 핑크빛이 강조된 꽃이 가득한 세트 등 볼거리도 신경 썼다. '땡스 투' 무대에서는 큰 자막으로 시선을 뺏었다. '뷰티풀 필링' 무대에서는 손글씨 가사와 필름, 폴라로이드 사진 효과가 등장했으며, 응원봉을 든 팬들의 모습을 배경 삼은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사랑, 이게 맞나봐' 무대 때는 알록달록한 색감과 자체 분할 화면을 선보였다.
물론 이날 콘서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좋은 '곡' 그 자체였다. 잘 아는 곡을 손에 꼽을 정도였으나, 대부분의 곡이 '낯섦의 당혹스러움'보다는 '기분 좋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미 음원으로 들어본 적 있는 미니 2집 수록곡도, 라이브 콘서트로 들으니 느낌이 한결 달랐다. 이븐 오브 데이 세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무대를 채운다는 걸 실감했다. 뭔가 애쓰지 않고도 그저 노래를 편하게 듣고 즐기면 되는 공연을 맞이하게 돼서 청자이자 관객으로서도 반가웠다.
원필은 "하루의 끝은 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지 않나. 자정이 되면 새로운 하루를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과 설렘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오늘도 (공연이 끝나는 것을)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문을 연 영케이는 "잠시 찾아오는 어둠에 너무 지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새벽을 기다리게 하는 힘이 다 마이데이분들인 것 아시죠?"라고 말했다. 도운은 "마이데이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직접 만나는 그날까지 아프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