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없이 에어컨 틀어?' 노모 폭행한 딸…경찰·서울시 노인학대 '합동점검'

서울경찰청·서울시·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학대 합동점검
노인학대 우려 가정 110곳 대상…피해 노인 24명 보호 및 지원

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 2019년 서울에서는 50대 딸이 청각장애가 있는 80대 노모를 마구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노모가 자신의 허락 없이 에어컨을 틀었다는 이유에서다. 딸은 노모를 향해 빨래건조대를 집어던지고 머리채도 잡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딸을 폭행 혐의로 입건했고, 거주지 이전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는 분리조치됐다.

하지만 노모는 "혹시 딸이 다시와서 폭행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늘 사로잡혔다. 경찰과 서울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최근 노모의 집을 찾아 상태를 확인하고 가해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피해자보호명령 요청 등 각종 법률 지원을 했다. 기초생계비·생필품 등 기초생활 보장을 위한 경제적 지원도 연계했다.


서울경찰청은 서울시·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합동으로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말까지 노인학대 합동점검을 한 결과, 이 같은 학대피해 노인 24명을 보호 및 지원했다고 8일 밝혔다.  

대상은 최근 1년 5개월 간 경찰에 3회 이상 반복신고 된 학대우려 노인 72명과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사례 관리 중인 노인 38명이 있는 총 110개 가정이다.

대상 가정 중에는 알콜중독 상태인 40대 아들이 자신의 처지를 부친의 탓으로 돌리며 70대 부친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부친은 아들의 형사 처벌을 걱정해 피해 진술을 하지 않는 등 경찰 개입을 극구 거부해 왔다.

경찰 등 합동점검팀은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피해 진술을 확보했고 가해자인 아들을 존속폭행으로 입건하는 한편, 가해자가 주거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또 다른 가정에서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50대 딸이 70대 노모에게 식칼을 휘둘러 상해를 가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은 가해자인 딸을 특수존속상해 혐의로 체포한 후 응급입원 조치했지만 입원기간이 경과해 지난 6월에 퇴원한 상태였다.

연합뉴스

합동점검팀이 가정에 방문했을 때 가해자는 조현병 증세가 끊이지 않아 모친은 학대가 발생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합동점검팀은 모친을 설득, 딸을 재입원시켜 추가 학대 피해를 예방했고 주거지 분리 등 경제적 지원도 병행했다.

한편 서울 지역 노인학대는 2018년 1316건, 2019년 1429건, 2020년 180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 6월까지 1279건의 신고를 접수해 전년 동기간(879건) 대비 46% 증가했다.

경찰은 노인학대 대응체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자치경찰 시대를 맞이해 기관의 입장이 아닌 '노인학대 예방'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위해 경찰과 서울시, 유관기관이 상호 협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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