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서채현(신정고)는 꿈을 꿨다. 그 꿈은 언제나 올림픽이었다. 높이, 또 빨리 암벽을 타는 스포츠클라이밍. 꿈에서는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고 올림픽은 달랐다.
올림픽은 아쉬움 투성이었다. 볼더링을 조금만 잘 풀었다면, 리드에서 홀드를 조금만 더 잡았다면. 그런 아쉬움으로 서채현은 울었다. 인터뷰를 이어가면서도 계속 울먹였다. 억지로 울음을 참으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서채현은 6일 일본 도쿄의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승에서 스피드 8위, 볼더링 7위, 리드 2위로 합계 112점 8위에 올랐다.
서채현은 "그냥 처음에는 결승에 가면 마냥 즐겁게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좋은 성적(예선 5위)로 결승에 가니까 욕심이 생겼던 것이 크게 아쉽다"면서 "오히려 볼더링이 생각보다 안 좋은 성적이 나와 리드는 나만의 등반을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중간에 실수가 한 번 있었는데, 그래도 힘을 다 쓰고 내려와서 괜찮았다"고 말했다.
리드 1위를 했다면 극적인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 리드 1위 야나 가른브렛(슬로베니아)의 기록은 홀드 37개. 서채현은 35개의 홀드를 잡은 뒤 내려왔다. 동메달까지 딱 홀드 3개가 모자랐다. 중간에 실수를 범하면서 힘이 빠진 탓이다.
서채현은 "밑에서 데미지를 입고 하니까 확실히 힘이 많이 빠져서 떨어졌다"면서 "중간에 있었던 실수가 가장 아쉬웠다. 그게 없었다면 조금 더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8명의 결승 진출자 중 8위였지만, 희망은 봤다. 특히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스피드가 분리되고, 볼더링과 리드가 한 종목으로 묶인다. 스피드는 서채현이 가장 약한 종목이다.
서채현은 "아무래도 다음 올림픽에서는 스피드가 분리되니까 그런 점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올림픽 결승 무대를 뛰었다는 것이 가장 많이 얻은 점"이라면서 "볼더링에서 결승을 처음 해봤다. 루트 파인딩에서 실수도 조금 한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리드를 1등하고, 볼더링도 잘하면 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서채현은 다시 고등학교 3학년으로 돌아간다. 한창 진로를 고민해야 할 시기. 친구들처럼 대학 진학도 하고 싶지만, 한창 전성기를 누려야 할 시기라 고민도 크다.
서채현은 "학교를 가고 싶은 생각은 있다. 다만 20대 초반이 선수 생활에서 가장 전성기가 될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꿈으로만 만났던 첫 번째 올림픽은 끝났다. 서채현은 여전히 올림픽 내내 버텨준 자신의 손가락에게 말했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