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운명의 한주다. 개인에게도, 그가 속한 회사에도 그렇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이번주 결정된다. 가석방 '적격'에 무게가 실리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변수다. 중국 샤오미에 쫓기고 애플에 치인 삼성전자 휴대폰의 '반전'도 이번주에 판가름난다. 올해를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대신 폴더블폰 2종을 새로 선보인다.
법무부 9일 가석방심사위 열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여부 심의
법무부는 오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 등을 포함한 광복절 기념일 가석방 규모와 대상자를 심의한다. 가석방 '적격' 판정이 나오면, 승인권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가석방 적격 여부 판정에는 재범 위험성과 범죄 동기 등이 고려된다.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부회장과 박영수 전 특검 측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수감과 석방을 반복한 이 부회장은 7월부로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가석방 예비심사 선정기준 속 형 집행률을 기존보다 5% 완화하는 지침을 적용했다. 이 부회장을 염두에 둔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이전부터 꾸준히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은 호의적인 편이다. 한국리서치 등이 지난달 26~28일 성인 남년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0%로 집계됐다. '반대한다'는 답은 22%에 그쳤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달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66.6%, 반대 28.2%였다.
다만 '촛불혁명에 대한 배신'이라는 시민단체의 반발은 부담이다.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10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일 "국정농단·횡령 범죄자 이 부회장 가석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2일 논평에서 "경제 활성화와 기업 성장이라는 이유로 가석방이 남용된다면 향후 우리 사회의 기업 범죄는 끊이지 않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공식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사 앞두고 몸 사리는 삼성전자…'부적격' 판정 가능성도 있어
경제5단체가 주축이 된 재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사면'을 요구했다. 특별사면 대신 가석방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난 뒤에도 경영활동 상의 여러 제약을 들어 여전히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가석방은 거주지·해외 출국 제한의 조건이 붙을 수 있어 해외 출장 등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정작 당사자인 삼성전자는 몸을 사리고 있다. 사면이나 가석방과 관련해 단 한 차례도 공식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다. 심지어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 기간에도 무선분야 공식 후원사로서 홍보자료를 하나도 내지 않았다. 코로나19 대확산과 개최국인 일본과의 관계 등에 더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도 '조용한' 올림픽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면 광복절 이틀 전인 오는 13일 오전 출소한다. 6개월 넘게 경영 일선을 떠났던 만큼 약간의 휴식 이후 바로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조원 규모의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 투자계획 등 삼성의 의사결정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또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가석방심사위에서 '부적격'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심사위는 강성국 법무부 차관(위원장), 구자현 검찰국장, 유병철 교정본부장 등 3명의 내부위원과 윤강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김용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홍승희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조윤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등 외부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적격'이 우세한 것처럼 보이는 기류와 달리 외부위원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11일 새 폴더블폰 공개…샤오미 추격 뿌리칠 수 있을까
오는 11일에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폰이 공개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11시(한국시간) 갤럭시 언팩(공개) 행사를 열고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등 새로운 폴더블폰과 갤럭시버즈2, 갤럭시워치4 등 최신 기기들을 내놓을 예정이다.삼성전자는 올해를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기존 하반기 주력 모델인 갤럭시노트 출시를 포기했다. 2011년 9월 갤럭시노트 첫 출시 이후 이어진 하반기 노트 신제품 공개 공식이 10년 만에 깨진 것이다. 단종설까지 제기되면서 해외에서는 갤럭시노트를 출시해 달라는 청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대신 갤럭시Z폴드3에 폴더블폰 최초로 S폰을 탑재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차세대 갤럭시 Z 시리즈와 함께 소개하는 폴더블폰 최초의 S펜 사용성 등 놀라운 변화를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오랜 노트 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갤럭시노트는 펜의 활용성과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크지만 태블릿PC보다는 작아 휴대성이 좋다는 강점을 내세워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갤럭시노트 관련 기사에는 "갤노트가 단종되면 삼성폰을 쓸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반발 댓글이 꽤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지난 1월 출시된 갤럭시S21마저 최악의 부진을 겪은 터라 폴더블폰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S21 시리즈의 6개월간 판매량은 1350만대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1700만대 가량 판매된 갤럭시S20보다 20%나 적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에는 중국의 샤오미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월별 보고서인 마켓 펄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6월 17.1%의 점유율로, 2010년 창사 이후 첫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2분기 전체로는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샤오미는 화웨이를 빠르게 대체하며 놀라운 속도로 진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3의 출고가를 전작보다 40만원 낮춰 200만원 아래로 책정할 전망이다. 시리즈마다 900만대 이상은 보장됐던 갤럭시노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가격 부담을 확 낮춘 것이다. 이동통신 업계도 기존 갤럭시S21의 공시지원금을 대폭 축소하며 새 폴더블폰 출시 대비에 나섰다. 실탄을 아껴 폴더블폰 출시 초기부터 상당한 지원금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관건은 판매량이다. 시장 예측은 긍정적이다.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이 900만대에 이르고, 삼성전자가 전체 시장의 88%를 점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 역시 내부적으로 600만대~700만대 수준의 판매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