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보통군사법원(김형모 주심판사)은 6일 오전 군인등강제추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와 보복협박 혐의로 구속 기소된 노모 준위에 대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은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이 쟁점을 정리하는 일종의 준비절차로 피고인이 참석할 의무는 없으며 노 준위도 참석하지 않았다. 원래 이날은 관련 혐의로 기소된 B상사도 함께 준비기일을 열 예정이었지만, 그가 지난달 25일 국방부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시설에서 사망함에 따라 그렇게 하지 못했다.
노 준위는 지난 3월 2일 성추행 사건이 처음 발생한 다음 날인 3일 오전 10시 30분쯤 관련 보고를 받고, 11시쯤 피해자 A중사에게 "장 중사를 보내려면 다른 사람 처벌은 불가피하다. 공론화를 시켜야 분리랑 전속이 가능한데, 공론화를 하면 B상사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피해가 간다"고 말하며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이날 저녁 피해자와 저녁을 먹으며 회유를 종용한 직후, 지난 2019년 A중사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모 준위 사건에 대해서도 "앞전에 윤 준위 얘기는 하지 마"라며 위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노 준위 본인도 지난해 7월 10일 충남 서산에 있는 한 노래방에서 피해자와 노래를 부르던 중 왼손으로 어깨를 감싸 안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날 노 준위 측 변호인 김상호 변호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다음 주 보석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 유족 측 대리인 김정환 변호사는 "사건이 성폭력 사건이기 때문에 CD를 복사가 아니라 (피고인 측이) 열람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이를 반박했다.
하지만 김상호 변호사는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변호인이 이를 열람한 뒤에, 피고인을 다시 만나서 이 사실이 생각나는지 물어볼 수는 없다"며 "구속영장청구서에는 노 준위가 피해자에게 '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적시됐고, 해당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는데 정작 공소장에는 그 사실이 빠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B상사가 얼마 전 극단적 선택을 했고 수사기관에서는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고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으로 수사하고, 여론은 인간쓰레기로 매도하고 있어 피고인이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제대로 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다음 주 보석을 청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김상호 변호사는 노 준위가 받고 있는 보복협박과 면담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대화는 범죄 피해를 수사할 단서를 제공하지 못하게 할 목적을 가지지 않았으며, 검찰도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다른 사람 처벌은 불가피하다, B상사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피해가 간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으며 군 복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협박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3월 3일 저녁 식사를 하며 여러 이야기를 한 사실은 있지만, 윤 준위 관련 이야기를 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혐의 증거인 녹취파일을 피고인 측이 복사해서 확인하기 전에는 부인한다는 취지다.
그는 다른 증거들에 대해서도 증거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3월 3일 저녁식사 자리 녹취록은 피해자가 애플워치로 녹음한 파일을 기반으로 했는데, 애플워치 녹음은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통해 동기화된 뒤 편집이 가능하다며 해당 파일이 애플워치에 있는 원본과 동일한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 피해자 주변인들 진술에 대해서도 이것이 주변인들이 어떤 이야기를 피해자에게 들었다고 진술한 내용(전문진술)이나, 피해자가 주변인에게 한 이야기를 다시 다른 주변인이 들은 내용(재전문진술)이라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정환 변호사는 "전문이나 재전문진술은 타인 이야기를 듣고 진술을 해 조서를 남겼던 사람들이 증인으로 나와서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면 해결되는 문제다"며 이를 반박했다. 애플워치 문제에 대해서도 "애플워치에서 자동으로 동기화돼서 휴대전화에 저장됐던 파일이 포렌식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 부분을 문제삼는 일은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3월 3일 대화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저녁을 먹으면서 모든 상황을 녹음했고, 노 준위를 믿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하는데 상관이고 선배이니 고분고분 하는 일은 당연하다"며 "정말 대화가 잘 되고 있었다면 피해자가 이를 녹음할 일도 없었고 고모가 전화를 바꾸라고 해 노 준위에게 호통칠 일도 없었다"며 이를 반박했다.
숨진 A중사가 성추행 피해자이자 하급자로서 처했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성인지 감수성'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전 9시 30분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