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아쉽게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최후의 보루 남자 탁구 단체전을 노렸지만 개최국 일본에 막혔다.
이상수(삼성생명), 정영식(미래에셋증권), 장우진(미래에셋증권)이 나선 남자 대표팀은 6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넘지 못했다. 1복식 4단식이 펼쳐진 경기에서 종합 전적 1 대 3으로 동메달을 내줬다.
2회 연속 노 메달의 아쉬운 결과다. 한국 탁구는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사상 처음으로 노 메달에 머물렀다. 남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에 덜미를 잡혔다. 이후 절치부심 메달을 노렸지만 역시 도쿄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1복식부터 불안하게 출발했다. 대표팀은 이상수-정영식을 내세워 기선 제압을 노렸지만 미즈타니 준-니와 고키에 1 대 3으로 졌다. 게임 스코어 1 대 1로 맞선 3게임을 듀스 접전 끝에 13 대 15로 내준 게 뼈아팠다. 여기서 밀린 이상수-정영식은 4게임을 5 대 11로 무기력하게 내줬다.
2단식에서 장우진이 일본의 '탁구 신동' 하리모토 도모카즈와 에이스 대결에서 분전했다. 1게임을 7 대 11로 뺏겼지만 2게임을 11 대 8로 따내며 맞섰다.
하지만 최강 중국을 제외하고 남자 단식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5위인 18살 하리모토의 패기가 더 강했다. 장우진은 3게임을 10 대 9로 앞섰지만 하리모토의 빠른 공격에 듀스를 허용, 10 대 12로 내줬다. 여기서 완전히 흐름을 뺏긴 장우진은 그대로 4게임도 내줬다. 마지막 점수를 따낸 하리모토는 라켓을 허공에 던졌다 받는 세리머니로 환호했다.
대표팀은 3단식에 나선 단식 세계 13위 정영식이 17위 니와를 3 대 0(11-3 11-8 11-7)로 꺾으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그러나 하리모토에 당한 장우진이 4단식에서도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단식 18 미즈타니에 무기력하게 0 대 3(12-14 9-11 8-11)으로 지면서 패배가 결정됐다.
이번 대회 한국 탁구는 개인전 남녀 단식과 혼합 복식에서 모두 메달이 무산됐다. 단체전에서도 남자 대표팀이 4강에서 중국을 넘지 못한 데 이어 일본에도 막혔다. 여자 단체전도 8강에서 독일에 덜미를 잡혔다.
하지만 한국 탁구는 17살 신유빈(대한항공)이라는 차세대 스타를 얻은 데 위안을 삼았다. 한국 탁구 역대 최연소 올림픽 출전을 이룬 신유빈은 이번 대회 5회 올림픽 출전의 58살 니시아렌(룩셈부르크)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15위의 강호 두호이켐과 접전을 벌이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비록 독일과 단체전 8강전에서 38살의 중국 귀화 선수 한잉의 노련함에 막히기는 했다. 그러나 앳된 얼굴과 함성에 경기 중 피가 나는 상처에도 투혼을 펼친 신유빈은 국내 팬들로부터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대회 출국 때부터 코로나19 의료진을 방불케 하는 두터운 방호복과 대회 중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응원 메시지로 화제를 모으며 스타 기근에 시달린 한국 탁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전날 인천공항에는 신유빈의 귀국을 기다리는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렸다.
한국 탁구는 처음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단식 유남규(삼성생명 여자팀 감독), 여자 복식 양영자-현정화(한국마사회 감독) 이후 매 대회 꾸준히 메달을 생산해 쏠쏠한 효자 종목으로 불렸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유승민 현 대한탁구협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유승민 회장 이후 4회 연속 노 골드에 머문 데 이어 2회 연속 노 메달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아쉽게 올림픽을 빈손으로 마무리한 한국 탁구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 대비한다. 신유빈처럼 새 얼굴들을 발굴하는 등 뼈를 깎는 세대 교체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