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의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이 무산됐다. 숙명의 한일전 패배에 이어 야구 종가 미국에도 지면서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에이스를 발견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미국과 패자 준결승에서 2 대 7로 졌다. 전날 일본과 4강전에 이어 이날도 지면서 한국은 결승행 티켓을 다시 놓쳤다.
한국은 오는 7일 낮 12시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이날 오후 7시 결승은 일본과 미국의 대진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날 선발 좌완 투수 이의리(19·KIA)는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줬다. 5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9개나 잡아내며 5피안타 2볼넷 2실점했다. 5회에도 시속 140km 중후반의 묵직한 직구를 뿌렸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로 적절하게 섞으며 미국 강타선을 막아냈다.
1회 이의리는 완전히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슬라이더가 볼 판정이 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볼넷 뒤 토드 프레이저에 2루타를 맞아 2사 2, 3루에 몰렸지만 에릭 필리아를 몸쪽 직구로 윽박질러 땅볼로 처리했다.
2회 첫 실점했다. 1사에서 볼넷과 2사에서 2루 도루로 이어진 2사 2루에서 이의리는 잭 로페즈에게 체인지업을 공략 당해 중전 적시타를 내줬다. 그러나 이의리는 꿋꿋하게 3회 1번 에디 알바레즈를 체인지업, 2번 타일러 오스틴을 146km 직구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삼자 범퇴를 이끌어냈다.
4회도 이의리는 1회 2루타를 내준 4번 프레이저를 강속구로 얼리며 삼진을 잡아냈다. 필리아도 내야 땅볼로 잡아낸 이의리는 그러나 2사에서 실투로 실점했다. 제이미 웨스트브룩에게 던진 초구 체인지업이 몰리면서 좌월 1점 홈런으로 연결된 게 옥의 티.
그러나 이의리는 1회 2사 1, 2루와 5회 2사 1, 2루 등 위기에서 범타를 유도해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치는 등 호투를 펼쳤다. 니카라과 구심의 다소 난해한 판정에도 흔들리지 않고, 씩씩하게 던졌다. 나흘 전 도미니카공화국과 패자 부활전 5이닝 9탈삼진 3실점을 넘어선 88구 쾌투였다.
다만 팀 타선이 여전히 살아나지 못했다. 미국 선발 조 라이언에게 4회까지 묶이며 고전했다. 5회 다소 힘이 떨어진 라이언으로부터 허경민(두산)의 몸에 맞는 공, 김혜성(키움)과 박해민(삼성)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냈다. 그러나 이어진 1사 1, 2루에서 강백호(kt)의 빗맞은 땅볼이 상대 호수비 속에 병살타가 되면서 땅을 쳤다.
공교롭게도 대표팀은 이의리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6회 무너졌다. 최원준(두산), 원태인(삼성), 조상우(키움) 등 필승 불펜을 가동했지만 볼넷과 4안타 등으로 5실점하며 승부가 사실상 결정됐다.
대표팀은 전날 일본과 4강전에서 7안타 3볼넷을 얻어냈지만 2점을 얻는 데 그쳤다. 잔루가 8개나 됐다. 일본도 잔루가 9개였지만 2 대 2로 맞선 8회말 2사 만루 찬스를 놓치지 않고 3점을 냈다.
주장 김현수(LG)는 일본전 패배 뒤 "다 못 쳤고 그래서 투수들이 힘들어졌다"면서 "키는 타자들이 쥐고 있는데 상대가 누가 던져도 이겨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타순에 변화도 줬지만 끝내 터지지 않았고, 마운드도 더는 버티지 못했다. 대표팀은 승부가 기운 7회초 박건우(두산)의 안타, 오지환(LG)의 2루타로 1점을 내는 데 그쳤다.
한국 야구는 류현진(34·토론토),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등 좌완 에이스들을 앞세워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뤘다. 이들에 이어 양현종(33·텍사스)까지 해외로 진출하면서 국가대표를 이끌어갈 에이스가 부족했다.
이날 한국 야구는 아쉽게 2회 연속 금메달 도전이 무산됐지만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에이스 재목을 발견했다. 대표팀은 7일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 만의 동메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