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상 남자 400m 계주는 한때 세계 최강이었다. 올림픽에서 무려 15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하지만 미국의 남자 400m 계주 팀은 2000년 시드니 대회 금메달 획득 이후 올림픽 정상에 서지 못하고 있다. 메달 획득 역시 2004년 아테네 대회의 은메달이 마지막이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이 종목 정상을 차지했고 2012년 런던 대회와 2016년 리우 대회는 우사인 볼트를 앞세운 자메이카의 천하였다.
미국 남자 400m 계주 팀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반드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런데 결선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미국은 5일 일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육상 남자 400m 계주 예선 2조 경기에 출전해 38초10의 부진한 기록으로 6위에 머물렀다.
1조와 2조 예선에서 상위 3위 안에 들면 결선에 직행한다. 이들을 제외한 나라 가운데 가장 기록이 좋은 두 나라에게도 결선행 티켓이 주어진다.
하지만 미국은 2조 내에서도 6위에 그쳤다. 호흡이 문제였다. 2번 주자 프레드 컬리와 3번 주자 론니 베이커가 배턴을 주고 받을 때 주춤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컬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매듭짓지 못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고 베이커는 "우리는 모두 빨리 뛰었다. 컬리와 나는 주어진 구간을 각각 9.8초에 뛰었는데…"라며 아쉬워 했다.
미국이 남자 계주 400m에서 결선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의 육상 레전드 칼 루이스를 열받게 했다.
칼 루이스는 자신의 SNS에 "미국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은 잘한 게 하나도 없다. 배턴을 넘기는 체계도 잘못 됐고 발조차 맞지 않았다. 리더십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혹스러운 결과"라며 "미국의 아마추어 어린 선수들만도 못한 레이스를 펼친 대표팀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칼 루이스는 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통산 금메달 9개, 은메달 1개를 수확한 레전드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100m와 멀리뛰기 종목에서 각각 금메달을, 200m에서는 은메달을 수확한 바 있다.
당시 남자 100m 결승에서 칼 루이스는 세계신기록을 세운 벤 존슨(캐나다)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벤 존슨이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칼 루이스가 금메달을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