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한일전이 펼쳐진 올림픽 4강전 재대결에서 한국 야구가 일본에 설욕을 허용했다. '약속의 8회'가 이번에는 뒤바뀌었다.
한국은 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4강전에서 2 대 5로 졌다. 결승 직행이 일단 무산됐다.
대표팀은 그러나 결승에 오를 기회가 한번 더 있다. 5일 오후 7시 미국과 패자 준결승을 이기면 된다. 미국은 4일 앞서 열린 녹아웃 스테이지 패자 부활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3 대 1로 누르고 패자 준결승에 선착했다.
하지만 대표팀이 미국과 경기에서 지면 대회를 마감하게 된다.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B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미국에 1 대 4로 진 바 있다.
이날 경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4강전 재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당시 한국이 일본에 6 대 2 역전승을 거뒀다. 8회 이승엽의 통렬한 결승 2점 홈런은 한국 야구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그 여세를 몰아 한국 야구는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뤘다.
이에 앞서 이승엽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경기에서 8회 결승포를 때려냈다. 이종범도 미국 LA에서 열린 일본과 경기에서 8회 결승타를 때려내 한국 야구에는 '약속의 8회'라는 격언이 생겼다.
그러나 13년이 지나 이뤄진 올림픽 리매치에서는 개최국 일본이 설욕했다.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우승하기 위해 일본은 대표팀을 '사무라이 재팬'으로 부르며 의욕적으로 준비한 끝에 결승에 선착했다.
특히 공교롭게도 2 대 2로 팽팽히 맞선 8회말 일본이 결승점을 뽑았다. 한국은 3회와 5회 1점씩을 내줘 끌려갔지만 6회 강백호와 김현수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8회말 균형이 무너졌다. 4번째 투수 고우석이 1사 1루에서 곤도 겐스케를 1루수 병살타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다 미처 터치를 하지 못했다. 베이스 터치를 했다면 이닝을 마칠 수 있는 상황이라 더 아쉬운 장면이었다. 비디오 판독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흔들린 고우석은 폭투와 고의 4구, 볼넷까지 2사 만루에 몰렸다. 결국 야마다 테츠토에게 던진 초구 직구를 통타 당해 통한의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맞았다.
2008년에도 두 팀의 운명은 2 대 2로 맞선 8회 바뀌었다. 13년 만에 펼쳐진 재대결 양상은 비슷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