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가석방' 관측이 고조되는 가운데, 교정당국이 이 부회장을 가석방 심사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내부 규정과 달리 관계기관 의견조회를 심사 후에 뒤늦게 진행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등으로 또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교정시설에선 가석방 관련 검찰의 의견을 물어 심사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리하게 대상자 선정 작업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법무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구치소는 지난달 가석방 예비심사를 거쳐 이 부회장을 가석방 적격심사 신청 대상자로 선정했다. 교정시설 차원의 1차 심사 격인 이 과정을 거쳐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은 법무부 가석방위원회로부터 본(本) 심사를 받게 된다. 여기서 적격 결정이 내려지면 법무부 장관의 허가로 가석방이 이뤄진다. 본 심사는 오는 9일로 예정돼 있다.
그런데 지난달 14일 이뤄진 서울구치소의 이 부회장 가석방 예비심사 과정에서 법무부 예규에 명시된 관계기관 의견 반영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석방 예비심사 실무를 규정하는 법무부의 가석방 업무지침(예규)에는 '예비심사 대상자에 대해 수사‧재판 중인 사건이 있는 경우 법원, 검찰 등 관련기관의 의견 등을 조회해 예비심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 받고 수감됐는데, 이와 별개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으로도 지난해 9월 기소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이 규정이 적용된다.
규정대로라면 서울구치소는 이 사건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검찰에도 예비심사 전 의견을 묻고 이를 반영했어야 하지만, 의견조회 작업은 심사 이후에서야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부회장을 일단 본 심사 대상자로 정해놓고 의견조회는 요식행위 격으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나오는 대목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특정인에 대해 (심사)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누구든 절차는 준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절차상 하자나 특혜는 없었다는 반박이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8.15 특별사면 가능성은 일축하면서도, 본인이 허가권을 쥔 가석방 가능성에 대해선 "절차와 시스템의 문제"라며 부인하진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가석방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관측과 맞물린 각계 비판론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1056개 시민사회 단체들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문재인 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며 촛불의 명령에 명백히 역행하는 행태"라며 "국정농단 단죄는 정경유착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위해 기존의 관행과 법을 뜯어고치는 반국민적인 행위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법무부가 지난달부터 가석방 예비심사 선정기준 속 형 집행률을 기존보다 5% 완화하는 지침을 적용한 것은 이 부회장을 염두에 둔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지만, 법무부는 이전부터 꾸준히 완화해 온 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석방 반대론'은 여당 내에서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전체 가석방의 87%가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한 사람들이다. 형기 70%를 채우지 않은 채 가석방 혜택을 입은 수형자는 0.3%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이 부회장이 7월 말에 겨우 60%를 통과하는데 만일 8·15때 냉큼 (가석방)해주면 0.00001%에 해당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거는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