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10시쯤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곶자왈에서 길을 잃은 관광객 정모(68)씨가 휴대전화로 소방 119에 전화를 걸었다. 다급한 목소리였지만 곧바로 연락이 끊겼다.
이날 낮 정씨는 아내와 함께 곶자왈 탐방로를 걷다가 소 떼를 만났다. 소 떼를 피해 탐방로가 아닌 숲 속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아내하고도 서로 떨어지게 됐다.
소방 당국이 다시 정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씨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과 소방 구조대는 수색에 나섰다.
수색 활동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제주어로 수풀지대를 뜻하는 '곶자왈'의 경우 수풀과 돌이 얽히고설켜 있어 진입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야간시간대라 수색 활동이 제한적이었다.
경찰과 소방 구조대는 밤샘 수색을 벌여도 별 소득이 없자 다음날인 3일 오전 7시 54분쯤 제주경찰청 장비관리계 소속 드론팀에 화순 곶자왈 생태탐방 숲길 일대로 출동을 요청했다.
드론팀은 화순 영농 폐기물 집하장 서쪽 곶자왈을 중심으로 드론 수색을 벌였다. 이후 이날 오전 11시쯤 드론 열화상카메라에 발열 신호가 잡혔고, 카메라로 확대해 정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정씨는 상공에 떠 있는 드론을 보고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드론팀이 소방 구조대에 위치를 안내해 정씨를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최초 신고 후 13시간 만이다.
정씨는 고열, 탈수 증상과 함께 찰과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아내 역시 무사했다. 정씨는 아내와 함께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6월부터 운영 중인 제주경찰청 드론팀은 현재 수색용 드론 4대와 교육·훈련용 드론 1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격증을 보유한 행정관 2명이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