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 때였다. 런던 조직위원회는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제공했다. 주요 경기 결과와 소식을 요약해서 전달했고 때로는 흥미로운 특집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런던 대회의 온라인 뉴스 서비스 중 눈에 띄었던 특집은 당시 만 24세의 나이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올림픽 4강에 이끈 김연경에 대한 내용이었다.
올림픽에 참가한 각국 지도자와 선수들이 대회 기간에 김연경을 언급한 인터뷰만 따로 정리한 코너였다.
당시 수많은 종목에서 수많은 슈퍼스타가 참가한 런던올림픽에서 이 정도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선수는 우사인 볼트, 마이클 펠프스 정도 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연경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조란 테르지치 세르비아 감독
"김연경이 경기를 지배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다" - 미국의 린제이 버그
"김연경은 최고의 선수다. 매우 효율적인 공격을 했다" - 미국의 데스티니 후커
"김연경에게 많은 점수를 내줬다. 위대한 선수다. 예전에는 종종 그녀를 막아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 이탈리아의 엘레오노라 로 비안코
"한국 팀 전체가 좋은 경기를 펼쳤다. 그 중에서도 김연경이 돋보였다. 세계 정상급 선수다" - 마시모 바르보리니 이탈리아 감독
"당신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두 번째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 외신 기자
김연경은 런던 대회가 개막하기 전부터 슈퍼스타였다. 온라인 뉴스 서비스는 개막 전 '여자배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10명의 선수'를 선정하면서 김연경의 이름을 맨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해외 언론 중에서는 런던 대회의 김연경을 "배구계의 리오넬 메시"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찌감치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김연경은 4년 뒤 열린 리우 대회에서 아쉽게도 8강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김연경과 여자배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당시 국제배구연맹(FIVB)은 '클래식 아시아 더비'라고 명명한 조별예선 한일전을 앞두고 공식 SNS에서 승자를 예상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 중 무려 79%가 일본의 승리를 전망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양팀 최다인 30득점을 퍼부었고 한국은 일본을 세트스코어 3대1로 꺾었다.
한국은 8강에서 네덜란드에게 1대3으로 졌다. 지오반니 귀데티 네덜란드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의 저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었다. 2016년 5월 세계예선전에서 한국에 0대3으로 완패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귀데티 감독은 당시 패배 후 "지난 20년간 김연경 같은 선수를 본 적이 없다"며 극찬했다. 올림픽 8강전 승리 후에는 "내 지도자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승리"라며 기뻐하기도 했다.
한국 배구 팬은, 더 나아가 한국 국민은 국제 무대에서 이 정도로 존경(respect)을 받는 선수의 경기를 보고 있는 것이다.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2020 도쿄올림픽 무대에서도 펄펄 날고 있다.
김연경이 활약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일 강호 터키를 5세트 접전 끝에 따돌리고 9년 만의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김연경 그리고 한국 여자배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