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의 스파이크가 터키 코트에 꽂혔다. 올림픽 4강 진출. 선수들은 환호했고, 서로를 안고 눈물도 흘렸다.
그런데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예상보다 담담했다. 한일전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펄쩍펄쩍 뛰었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여자 배구 대표팀이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8강에서 세계랭킹 4위 터키에 세트 스코어 3대2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 여자 배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베리 굿"이라면서 "사실 4강에 갈줄 모르고 있어서 한일전에서 기뻐했던 만큼 엄청 기뻐하지는 못했다. 안 기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가 4강에 갔다는 것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4위 터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한국의 열세였다. 하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터키의 틈을 파고들었다. 박은진이라는 깜짝 카드로 서브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라바리니 감독은 "터키를 상대할 때 신체조건도 중요하지만, 스킬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서브를 잘해야 한다. 강한 팀을 상대할 때 첫 목표가 서브를 잘하는 것이다. 브라질과 터키를 많이 비교했다. 공격 효율성에서 차이가 났다. 그런 면에 중점을 두고 균형을 잡으려 했다"면서 "김수지도 서브가 정말 강하다. 다만 블로킹, 공격 등 전략적으로 나가야 해서 박은진을 넣었다. 최고의 서버다. (서브 스페셜리스트 투입은) 상대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믿고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이미 손에 쥐고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조금 도움을 줄 뿐이다. 가능성을 열어줘서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제 4강이다. 여전히 라바리니 감독은 올림픽 4강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우리가 4강을 간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제 여유가 좀 생겨서 친구에게 전화해 이겼다고 말했다"면서 "사실 매일 꿈을 꾸는 것 같다. 하루하루 지날 수록 더 좋아지고, 더 재미있어지고, 더 기뻐지고 있다. 이 꿈을 아무도 안 깨워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