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 스칼렛 요한슨이 디즈니에 제기한 소송이 디즈니를 비롯한 할리우드의 영화 개봉 방식을 바꿀지 관심이 쏠린다.
디즈니는 도쿄올림픽 기간 방송된 마블 신작 '이터널스' TV 광고에서 "오직 극장에서만 11월 5일"이라고 표시해 '이터널스'가 극장에서만 개봉할 것임을 알렸다.
앞서 스칼렛 요한슨은 디즈니가 극장 개봉 계약을 위반하고 '블랙 위도우'를 극장과 자사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디즈니+'(디즈니플러스)에 동시 공개해 약 5천만 달러(한화 약 572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미국 LA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스칼렛 요한슨에 이어 동시 공개 방식을 통해 개봉한 '크루엘라' 주인공 엠마 스톤 역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터널스' 극장 독점 개봉 소식에 미국 매체 CBR은 "'이터널스'가 극장에서만 상영 된다는 사실을 안 영화관들이 안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스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이번 소송이 코로나 이후 극장-OTT 동시 공개를 도입한 디즈니 등 대형 제작사의 영화 개봉 방식을 바꿀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디즈니는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을 이유로 '뮬란'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크루엘라' 등 자사 영화를 홀드백(Hold Back, 한 편의 영화가 다른 수익과정으로 중심을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없이 극장과 디즈니+로 동시 공개했다.
또 다른 대형 제작사 워너브러더스 역시 '듄' '매트릭스 4' 등 신작 영화를 자사 OTT인 HBO맥스를 통해 동시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공개서한을 통해 "영화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영화 제작자와 배우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가장 훌륭한 영화 스튜디오와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악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워너브러더스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내 최대 극장 체인인 AMC를 비롯한 극장 업계도 거세게 반발했다. 극장-OTT 동시 공개 계획이 알려지자 AMC 애덤 애론 최고경영자는 "워너브러더스는 HBO맥스를 지원하기 위해 영화 스튜디오 부문과 제작 파트너, 영화 제작자의 수익성 중 상당 부분을 희생할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외신들 역시 극장-OTT 동시 공개 방식을 두고 "전대미문의 역사적인 거래"라고 평가하며 이번 홀드백 붕괴가 영화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방식의 개봉 방식 변화를 두고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은 박스오피스 수익이 줄어들며 이에 따른 보상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할 경우 문제가 불거질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결국 이러한 업계 내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 매체 스크린랜트는 "스칼렛 요한슨이 디즈니를 상대로 한 소송은 할리우드를 바꿀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도 전면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최소한 디즈니가 유사한 소송이 제기되는 피하기 위해서라도 일부 계약을 재협상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배우들에 대한 출연료 대부분을 박스오피스 수익으로 구성하는 계약에 관해서도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