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나현 배우, 정말 신인 맞아요?"
"홍나현 배우, 그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에너지가 나오나요?"
공연 예매 사이트에 올라온 뮤지컬 '비틀쥬스' 관람 후기. 홍나현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홍나현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비틀쥬스'에서 '리디아' 역으로 호평받고 있다. 25살 신인이지만 뿜어내는 에너지는 타이틀롤 '비틀쥬스' 역의 베테랑 유준상·정성화 못잖다.
오디션을 통해 장민제와 함께 리디아로 더블캐스팅된 홍나현은, 98억년 된 유령 비틀쥬스와 교감하면서 엄마 잃은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소녀의 모습을 맛깔나게 연기했다.
홍나현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리디아는 내면의 상처와 솔직하게 대면하는 용감한 친구다. 평소의 저는 아픔을 덮어두는 편인데, 저처럼 관객도 리디아를 통해 위로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팬데믹 속 공연장을 찾아주는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관객이 마치 도미노처럼 기립해줬던 날을 잊지 못해요. 하얀 마스크 안에서 함박웃음 짓고 있을 거라는 믿음과 함께, 관객의 박수 샤워를 받으며 힘내고 있습니다."
[ 일문일답 ]
△비틀쥬스 공연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습니다. 개막이 두 차례 연기됐다가 첫 공연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요즘 너무 행복해요. 개막이 두 차례 연기됐을 때는 '출전만 시켜주세요. 저희는 준비됐습니다'라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도하면서 기다렸죠. 그 간절한 기도가 모여 안전하고 멋지게 첫 공연을 올릴 수 있었어요. 모두 한 마음으로 기다린만큼 공연의 첫 포문을 여는 순간은 온 몸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만큼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전작(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 이어 비틀쥬스도 초연작입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서나요
"초연은 저를 늘 떨리게 해요. 그것이 설렘의 떨림이든, 걱정의 떨림이든 제게 새롭고 기분 좋은 긴장을 줘요. 관객의 반응 값을 미리 알 수 없다 보니까, 제가 창조한 인물로 관객과 처음 공유하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소중하고 그래서 더 부담되기도 해요. 그만큼 그 캐릭터에 더 애정이 가는 것도 사실이에요. '리디아가 객석에서 내 공연을 보고 있어도, 그에게 미안하지 않게 공연해야지' 다짐하고 무대에 섭니다."
△비틀쥬스 오디션 과정이 궁금한데요
"이현정 안무감독님이 제가 리디아 역할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오디션을 권유해줬어요. 덕분에 용기를 얻어 오디션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죠. 방대한 양의 노래와 연기로 여러 차례 오디션을 봤어요. 오히려 최종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을 비운 것이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오디션을 볼 때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합격 통보가 난 날, 팀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해있던 저보다 기뻐해주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연습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고 어떤 점이 즐거웠나요
"비틀쥬스는 쉬운 것이 하나도 없는 공연이에요. 배우는 물론이고 무대, 조명, 음악, 음향, 의상, 분장, 소품 등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진행 자체가 안 되는 공연이라서 연습량이 정말 많았어요. 그 많은 연습량 덕분인지 오히려 공연 때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습실에서 '비틀쥬스' 오빠들(유준상·정성화)이 저와 늘 의견을 나눠주고, 저를 동등하게 작업하는 동료로 대해줘서 저도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즐겁게 연습했어요."
△리디아 캐릭터는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나요
"리디아는 제가 그동안 해왔던 인물 중 저와 성향이 가장 다른 친구였어요. 그래서 이해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연구했어요.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건 리디아의 성장 과정이에요. 리디아가 엄마를 잃기 전과 잃은 직후, 엄마를 떠나 보낸 후의 일상, 유령부부(바바라·아담)을 만난 후, 비틀쥬스를 만난 후, 저승에서 아빠와 대화한 후, 비로소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한 걸음 나아가는 리디아까지. 이 모든 과정 속 리디아의 변화가 공연 안에서 보여지길 원했어요. 리디아는 자신의 상처와 솔직하게 대면하는 용감한 친구에요. 반면 평상시 저는 아픔을 덮어두는 편이죠. 관객도 저처럼 리디아를 통해 위로받으면 좋겠어요."
△유준상·정성화 배우가 "홍나현 배우는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칭찬하던데요. 에너지의 원천이 뭔가요
"함께 공연하고 있는 선배님들이 워낙 에너지가 넘치다보니 저도 에너지가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연습 때부터 지금까지 건강한 에너지가 차곡차곡 모여 관객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비틀쥬스에서 어떤 넘버를 가장 좋아하나요
"오프닝 넘버(The Whole Being Dead Thing)를 가장 좋아합니다. '비틀쥬스'가 공연의 정체성을 밝혀주는 장면이에요. 가사도 흥미롭죠. 특히 '저 세상에 입장하면 돌아가긴 빡세니까 / 카르페디엠 지금 해라'는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해요. 그 장면을 볼 때면 저도 비틀쥬스 역할이 하고 싶어질 만큼 아주 매력있는 넘버입니다."
△비틀쥬스를 공연하면서 가장 신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2막에서 '비틀쥬스'와 같이 '더 뷰티풀 사운드'(That Beautiful Sound)를 부를 때 제 심장 소리가 느껴질 만큼 신나요. 그 넘버가 안무적으로나 동선적으로나 약속된 것들이 많아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 장면에서 모두 미친 텐션으로 공연하고 있어요. 약속한 것들이 딱딱 들어맞을 때 온 몸에 전율이 느껴져요."
△비틀쥬스는 관객과 상호 소통하는 장면이 많은 코미디 뮤지컬인데요.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은 공연을 온전히 즐길 수 없고 배우는 피드백이 제한적이라 아쉬울 것 같은데요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특히 비틀쥬스처럼 코미디 요소가 있는 작품은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많은 영향을 줘요. 그래서 관객이 작은 소리로나마 웃고 즐거워하는 소리가 들리면 행복하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 발걸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피부로 느끼는 요즘은, 그냥 객석 가득 박수쳐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돼요. 어느 날은, 관객이 마치 도미노처럼 기립해줬을 때가 있었어요. 잊지 못할 기억이죠. 하얀 마스크 안에서 함박웃음 짓고 있을 거라는 믿음과 함께, 관객의 박수 샤워를 받으며 힘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인생에 어떤 목표를 두고 달릴 때보다 매 순간 최선을 다 했을 때 따라오는 결과가 더 많다는 것을 느껴요. 제게 오는 모든 인물을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이 제 작은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