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후보의 자질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검증단을 당내에 설치할 것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후보의 '음주운전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증단 설치 요청이 쇄도한 만큼, 정책 검증이 아닌 특정 후보의 결점 검증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反이재명 "검증단 출범" 요청에 이재명 캠프는 '신고'로 맞불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음주운전 전력이 논란이 되자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하루빨리 당 차원의 공식 검증단이 출범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앞서 김두관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음주운전 재범 가능성을 제기하자, 이낙연 후보도 이에 부응해 당에 검증단 출범을 요청하면서 또다시 '이재명 견제'에 나선 것이다.
정세균 후보도 일찌감치 네거티브 공방을 줄이기 위해 당에 검증단 설치를 공식 요청했다. 박용진 후보도 "필요하면 누구나 검증에 응해야 한다.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호응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오래 전부터 벌금 액수와 상관없이 모든 전과를 공천심사 때 제출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열린캠프는 같은 날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 의혹으로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윤리감찰단에 신고했다.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검증 범위 정하는 것부터 문제…원팀 기조 무너진다"
물론 대선주자의 자질을 본경선 과정에서 검증할 필요는 있다. 향후 야당 후보와 맞붙으면 더욱 거센 공격이 들어올 것이 뻔한데, 사전 검증을 통해 미리 대비해서 나쁠 것 없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그러나 검증단이 꾸려지면 주자들이 정책 검증이 아닌, 후보 개인의 결점 검증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여권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 화살이 쏠릴 수 있다.
실제 최근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은 크게 '바지 논란'과 '백제 발언'에서 불거진 지역주의 논란, '당내 적통 논란' 등 대부분 이재명 후보와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이에 대한 검증을 당 공식기구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특정 후보 망신주기는 물론, 과거 네거티브 공방을 재연하는 거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캠프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증단이 꾸려진다면 검증 범위를 정하는 것부터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이미 사법부 판단까지 나온 사안을 다시 들춰낸다면 과연 원팀 기조로 대선을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으로 후보 색깔 보여야"…오늘 본경선 두번째 TV토론
여기에 검증단 구성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잡음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예비경선 과정에서 면접관으로 '조국 흑서' 저자 김경율 회계사를 선정했다가 취소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험이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네거티브 공방에서 비롯된 검증단 출범은 그 어떤 후보에게도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토론회에서 정책 등을 통해 그 후보의 색깔을 보여주는 데 주력해야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증단 설치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눌 방침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이날 본경선 두 번째 TV토론회에서 또다시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