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백신을 권장횟수대로 모두 맞고 2주가 지난 뒤 확진되는 이른바 '돌파감염' 추정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네 자릿수 확산세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인도발(發) 델타형 변이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안착한 결과로 풀이된다.
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예방접종 완료자 635만 6326명 중 돌파감염 추정사례는 1132명(0.018%)이다. 779명을 기록한 1주 전(7월 22일)과 비교하면 353명이 늘었다.
인구 10만명 당 발생률도 14.1명에서 17.8명으로 다소 늘었다. 이는 10만명 당 98명(0.098%)이 돌파감염으로 확인된 미국의 5분의 1 정도 수준이다.
백신별로는 얀센이 584명(10만명 당 51.4명)으로 최다였고, 화이자 284명(10만명 당 7.8명)→아스트라제네카(AZ) 254명(10만명 당 24.3명)→1차 AZ·2차 화이자 교차접종 10명(10만명 당 1.9명) 순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화이자 접종을 완료한 뒤 지난달 6일 확진된 80대 여성으로, 양성판정을 받은 지 20일 만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여성은 델타형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된 이후 병세가 악화된 위중증 환자는 8명(전체 0.7%)으로 집계됐다. 80대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와 50대·60대·70대가 각각 1명씩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내 돌파감염 사례들에서 주요 변이바이러스가 실제로 검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변이형은 백신의 예방효과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방대본은 현재까지 변이바이러스 분석이 완료된 243명 중 절반 이상인 61.7%(150명)가 주요 변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4차 대유행 속 급속도로 세를 넓혀가고 있는 델타형이 128명으로 85%를 차지했다. 그 외 영국형 변이인 알파형이 21명, 베타형(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이 1명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돌파감염 발생 자체가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약화시키진 못한다고 강조했다.
방대본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앞으로 유행 전망에 있어서 가장 위협적인 것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우세화"라면서도 "변이는 전파속도를 높이고 백신효과를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것이 백신의 역할이 감소되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높아진 전파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바이러스에 대항해 백신은 감염 예방뿐만이 아니라 중증 예방과 함께 사망의 가능성을 명백하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며 "높은 백신 접종률을 통한 안정화 이전까지는 방역수칙 준수와 거리두기와 같은 유행억제 전략이 여전히 필요하다. 지금은 조금 더 힘을 내야 할 그런 시기"라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목표로 삼고 있는 '추석연휴 전 3600만 명 1차 접종'을 전제하더라도 그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단장은 "거리두기 완화와 백신 접종은 사실 같이 가야 될 부분이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해 상당히 많은 부분 거리두기 완화를 지향할 수 있는 것은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라며 "현재로서 백신 효과를 통한 거리두기 완화의 여지는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만 이것이 실질적 환자의 감소로 이어지는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이어야 한다. 더구나 접종 후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다음 14일 정도가 지날 경우 본격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 시점에서 거리두기 이완 등의 조치 변경은 그때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