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잃은 재난지원금"…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지난달 15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오른쪽)이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왼쪽)에 질의를 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 캡처
건보료로 소득수준을 선별하기 어렵다는 건 사실 해묵은 쟁점이었다. 지난해 재난지원금을 편성할 때부터 연신 제기됐던 탓에 정부·여당에서도 우려가 거듭돼 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국회 예결위에서 건보료 기준의 한계를 인정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 질의에 "예. 건보료를 저소득층 복지지원사업에 일부 사용했는데 걸러 내는 데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답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질의

조오섭 의원 질의, 권덕철 장관 답변◯조오섭 의원 건보료 기준의 한계를 인정하고 계시지요?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 예, 건보료를 가지고 저소득층의 복지지원사업을 일부 사업에서 사용을 했는데 그게 걸러 내는 데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어서 그 부분은 저희들이 중단을 하고 대부분 소득인정액, 사회보장 통합전산망을 통해서 하고 있습니다.

조오섭 의원 질의, 권덕철 장관 답변◯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 예, 그 부분이 대개 저소득층의 건보료 가지고는 좀 그렇고요. 이번에 재난지원금은 상위 20%를 걸러 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하고는 좀 다르다고 생각이 됩니다.
◯조오섭 의원 ‘다르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다르지 않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강준현 의원◯강준현 의원 선별지급이 지금 어려운 이유가 좀 있더라고요, 보니까. 소득과 자산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기준이 없고요. 또 시스템상 지역가입자 같은 경우는 2019년 소득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모순들이 있고요. 또 맞벌이와 외벌이 가구의 불평등 그리고 1․2인 가구가 많이 제외되는 문제가 또 발생할 수가 있고.



결국 정부는 재난지원금 논의가 제기된 1년 4개월 동안 선별지원을 고집하면서도 여태껏 확고한 소득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너무나 무책임하고 안일했던 것 같다"며 "준비가 안 됐다면 이번 논의에서라도 최대한 개선 할 방법을 마련해야 했는데 1차 논란 때 있던 방안을 그대로 들고나와서 논란을 재연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5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김부겸 국무총리에 질의를 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 캡처
건보료 외에 다른 대안은 영 없었을까. 금융위나 금감원 협조를 받으면 민간 금융기관에서 소득·재산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대안을 그동안 전문가 집단에서 거듭 제시해 왔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재정당국의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걸 다 받아서 점수화하려면 족히 3~4개월은 걸릴 텐데 국민들이 그렇게 기다릴 수 없으실 것"이라며 "그동안 시스템 안 만들고 뭐 했냐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지금으로선 건보료가 제일 합리적인 기준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당 쪽에서도 "국민들이 워낙 어려우시니까 방향성이라도 빨리 제시해서 결단력 있게 나가야 한다는 원칙으로 당정이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건보료 기준이 부정확하다는 건 알지만 지급 시점을 당기기 위해 불가피하게 썼다는 게 정부여당 양쪽의 논리다.

하지만 가뭄의 단비를 목놓아 기다렸던 이들에겐 허탈감만 주게 된 상황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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