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5년 전으로 돌려 본다.
2016년 8월 10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펜싱 개인 에페 결승전. 2라운드가 끝났고 박상영(당시 21살)은 헝가리의 게자 임레에게 4점(9-13) 차로 뒤져 있었다.
카메라가 박상영을 비추었다. 박상영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다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경기에 나선 박상영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5점을 따냈고 15-14 대역전극을 만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박상영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결승전에 오르자) '아, 1등을 할 수 있겠다' 이런 욕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니까 온전하게 경기에 집중을 못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올림픽은 세계인이 같이 즐기는 축제이기에 욕심을 걷어내고 마음을 비우니 5점을 낼 수 있었다는 것.
다시 시간을 돌려 2021년 8월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우상혁(25)이 섰다. 여기서도 같은 말이 나왔다.
"할 수 있다. 올라간다."
우상혁은 날아올랐고 2m35의 바를 넘으며 한국신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했다.
이날 결선에서 우상혁은 경기를 즐겼고 한국 육상 트랙 및 필드 종목에서 최초로 4위에 올랐다.
2cm 차이로 메달을 놓쳤지만 값진 기록이었다.
우상혁은 2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당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어릴 때 21살 나이에 리우 올림픽에서 뛰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추억이 없었다"며 "전 세계 운동하는 사람들의 축제에 즐기러 와야 하는데 못 즐겼던 것 자체가 후회되고 창피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즐기면 더 잘 되는 거고 못 하면 즐기는 거니까 후회가 없는 것"이다며 이번 올림픽은 최선을 다하면서 즐겼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할 수 있다'는 기본적으로 하는 말이다"면서 자신의 주문을 설명했다. 이어 '올라간다'에 대해 "그 높이에 올라가야 넘을 수 있는 자세가 나왔다"며 "올라만 타면 걸리더라도 2차시기에 넘을 수 있는 확률이 많이 생겨서 그런 주문을 외웠다"고 전했다.
그는 "계속 그걸 말을 해야 와닿고 넘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혼자 계속 떠들면서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 여기까지 왔다는 우상혁.
그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고 도전과 도전, 도전과 도전 속에 긍정을 가지고 가면 못 이길 게 없다"면서 자신의 목표 2m38 경신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