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환 키즈요? 그럴 것 같지는 않네요."
신재환(23, 제천시청)은 양학선(29, 서울시청)의 2012년 런던 올림픽 도마 금메달을 보고 올림픽을 꿈꿨다. 국제체조연맹(FIG) 도마 랭킹 1위 자격으로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고, 양학선과 함께 훈련했을 때는 꿈만 같았다. 쉴 새 없이 양학선을 괴롭혔다. 묻고, 또 물으면서 금메달리스트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리고 도쿄에서 영웅 양학선이 지켜보는 가운데 완벽한 금빛 착지를 선보였다. 이제 제2의 양학선이 아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재환이다.
신재환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합계 14.783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점수는 같았지만, 난도 점수가 높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신재환은 "지금도 실감이 잘 안 나서 무덤덤하다"면서 "(2차 시기 후) 그냥 잘했다는 그 안도감 때문에 그렇게 기뻐했던 것 같다. 메달은 그 후의 일이니까, 일단 잘했다는 안도감 때문에 기뻐한 것이 크다"고 말했다.
1차 시기는 난도 6.0점 요네쿠라(도마를 옆으로 짚고 세 바퀴 반을 비틀어 회전하는 기술). 착지 과정에서 살짝 밀려 옆 라인을 벗어났지만, 14.733점을 받았다.
신재환은 "처음에 손을 짚자마자 안 될 줄 알았다. 도마하는 사람들은 손을 짚자마자 됐다, 안 됐다 이게 딱 판가름이 된다"면서 "손을 짚자마자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 무조건 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막 잡아채니까 그대로 운 좋게 서졌던 것 같다. 운이 좀 작용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2차 시기는 여홍철 교수의 기술 '여 2(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비틀어 내리는 기술)'. 완벽했다. 점수는 14.833점. 앞선 5명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신재환은 "90%였다. 10%는 높이 때문이다. 높이를 내려고 실수한 적이 몇 번 있어서 이번에 살짝 쫄았다"고 설명했다.
부담이 컸다. 선수촌에서 내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런 신재환을 형들이 잡아줬다. 양학선은 신재환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김한솔(26, 서울시청)은 룸메이트 신재환이 한숨을 쉴 때마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다독였다.
신재환은 "학선이 형은 '그냥 널 믿고 잘해'라고만 했다. 현실적인 조언이었다"면서 "한솔이 형과 같은 방을 썼는데 내가 멘털이 바사삭 될 때마다 케어를 잘해줬다. 그 덕도 많이 봤다. 불안해하니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계속 한숨을 쉬면 옆 사람도 힘이 빠질 텐데 잘 케어해줬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양학선을 보고 키웠던 올림픽의 꿈. 이제 후배들이 신재환을 보고 올림픽 꿈을 키운다.
신재환은 "학선이 형은 선배이자 스승이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까지 알려줘서 고맙고, 형 덕에 땄다"면서 "신재환 키즈는 생길 것 같지 않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