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자국 선수들을 공개 비판했다.
벨라루스 매체 'BELTA'는 지난달 29일 "루카셴코 대통령이 벨라루스 선수들의 메달 결과에 대해 말했다"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하며 "(그가) 벨라루스 선수단의 메달 결과를 숨김없이 털어놨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가 보도되던 당시까지만 해도 올림픽에 출전한 벨라루스 선수들은 1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한 상태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벨라루스는) 스포츠에 어떤 나라보다 많은 지원을 한다"며 "스포츠에 많은 자금을 대지만 (선수들은) 나라와 국민들이 메달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잊었다"고 자국 선수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국 선수들과 다른 나라 선수들을 비교하기까지 했다. 그는 아프리카, 세르비아 출신 선수들을 언급하며 "왜 우리가 스포츠에서 이기지 못하는지 아냐"고 스스로 질문을 던진 뒤 "(벨라루스 선수들은) 배가 고프지 않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아프리카, 세르비아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성공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고, 성공하지 못하면 빵 한 조각을 찾아다녀야 할 만큼 힘들어진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지원해준다"며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벨라루스 선수들이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이기려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투로 선수들을 비판했다.
그가 이에 대해 제시한 해결책은 '효과적인 투자'였다. 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는 비용이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현재 우리가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스포츠에 당장 내일이라도 결과를 낼 수 있는 선수와 팀에게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내가 직접 그런 팀을 골라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의 초대 대통령이지만 1994년부터 현재까지도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대통령직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선에서도 그의 재선이 확정됐지만 부정 선거와 개표 조작 의혹이 일어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당국에 3만 5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그에게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아들 빅토르가 벨라루스올림픽위원회(NOC) 회장으로 선출되자 이를 인정하지 않고, '선수들에 대한 정치적 차별 혐의' 등을 근거로 이들에 대해 도쿄올림픽 경기 참관을 금지하기도 했다.
한편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것은 발언이 선수단에 자극제가 됐는지, 벨라루스 선수단은 곧장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벨라루스 체조 국가대표 이반 리트비노비치는 지난달 31일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트램폴린 종목에서 벨라루스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또한 육상 국가대표 막심 네다세카우는 지난 1일 높이뛰기 종목에서 우리나라의 우상혁 선수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해 벨라루스에 대회 두 번째 메달을 선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선 "진정한 운동선수이자 애국자"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