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내 사망산재' 현대건설, 산안법 위반 무더기 적발

연합뉴스

정부 당국이 최근 10년 동안 51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목숨을 잃은 현대건설㈜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을 대거 적발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개선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고용노동부는 현대건설㈜의 본사 및 전국 현장에 지난 6월부터 실시했던 산업안전보건감독 결과를 2일 발표했다.


10년 간 매년 사망산재로 51명 숨진 현대건설…건설업계선 3번째로 본사·전국 현장 감독


현대건설㈜에서는 2011년부터 최근까지 1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업이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해 총 51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7건의 사고로 9명의 노동자가 숨지면서 지난해에는 노동계가 선정한 '최악의 살인기업' 2위, 올해에는 공동 4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3건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에는 경기도 고양 힐스테이트 신축현장에서 추락사고로, 3월에는 충남 서산 HPC Project 현장에서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또 지난 5월에는 인천 주안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떨어지는 돌에 맞아 숨졌다.

이처럼 최근 3년 연속 사망산재가 발생하면서 ㈜태영건설, ㈜대우건설에 이어 건설업계에서는 세번째로 본사 및 전국 모든 현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감독이 실시됐다.





건설 현장 3곳 중 2곳은 산안법 위반…안전보건 관리체계·교육 미흡해


이번에 노동부가 본사 및 68개 현장을 감독한 결과 본사와 45개 현장에서 산안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본사에는 산안법 위반사항 198건에 과태료 3억 9140만원을, 2건에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또 각 현장에서는 총 25건에는 사법처리하고, 76건에는 과태료 1억 7621만원을, 75건에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하지 않거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등 관리체계 운영미흡이나 관련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은 적발된 전국 현장에서 공통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추락‧전도방지조치를 하지 않는 등 위험관리가 미흡하거나(12개 현장) 안전관리비 부적정 사용 사례(6개 현장), 건강진단 등 건강관리 부실사례(16개 현장)도 적발됐다.


하나마나한 위험성평가…산재 위협받는 현장 노동자 목소리도 제대로 반영 안돼


노동부는 본사 감독에서 사업장의 경영방침 등에 대해 안전보건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추진전략이 없거나 성과측정을 위한 지표 등이 없고, 전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면서도 위험공정을 빠뜨리거나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같은 위험 요인이 반복해서 발견되는데도 본부 차원의 모니터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보건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500여명 이상의 안전보건관리자가 안전기획 및 현장관리로 나뉜 업무를 전담해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정규직 비율이 약 39%에 불과한데다 보건관리자는 모두 비정규직이었고, 타 직군의 전환배치가 지나치게 빈번하게 이뤄져 다른 사업본부에서 별다른 직무수행능력 평가도 없이 안전직군 업무를 맡는 경우가 잦았다.

또 수주액·현장 수가 늘어났는데도 공사관리자를 추가 배치하기 위한 노력도 미흡하다고 지적됐다.

안전보건 예산의 경우 집행예산이 크게 늘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안전보건관리자의 급여가 차지했고, 협력업체 지원 및 안전교육을 위한 예산 집행 수준도 낮았다.

현장 노동자를 상대로 자체 안전보건 제안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는 이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또 최근 3년 동안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제안받은 지적사항 152건 가운데 43%(66건)은 반영되지 않았고, 12%(18건)은 검토 중 및 비해당에 그쳐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협력업체를 등록·갱신할 때에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항목에 반영은 했지만 100점 만점에 안전분약 배점은 5점에 그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실제로는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가 낙찰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안전관리 수준이 낮은 업체도 무분별하게 선정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지난해 안전보건교육 관련 예산 및 실시율이 코로나19 사태로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데다, '작업 전 안전교육(Tool Box Meeting)' 현장 정착을 위한 지원시스템이 미흡하고 위험공종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이 없다는 점도 개선 권고대상으로 꼽혔다.

현대건설㈜은 이번 감독 결과를 토대로 개선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지방노동관서 및 안전보건공단이 개선계획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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