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찐 히어로' 이정후 "재미는 있는데 죽을 것 같아요"[도쿄올림픽]

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의 녹아웃 스테이지 경기에서 2-3으로 뒤진 9회말 1사 2루에 이정후가 동점 1타점 적시타를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야구 녹다운 스테이지 1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둔 한국 야구 대표팀. 1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9회말 2점 차를 뒤집고 4 대 3으로 이겼다.

끝내기 결승타의 주인공은 주장 김현수(33·LG)였다. 3 대 3으로 맞선 9회말 2사 3루에서 김현수는 상대 우완 마무리 루이스 카스티요를 우월 적시타로 통타하며 경기를 끝냈다.

하지만 이날 역전극의 진짜 히어로는 이정후(23·키움)였다. 앞서 이정후는 박해민(삼성)의 적시타로 2 대 3으로 추격한 1사 2루에서 카스티요로부터 좌선상 2루타를 날렸다. 3 대 3 패배 위기의 팀을 구한 천금의 동점타였다.

이 승부에서 이정후는 카스티요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파울볼을 잇따라 3개를 때려내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결국 카시티요의 8구째를 기술적으로 밀어쳐 좌선상으로 공을 날렸다. 빠른 주자 박해민이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오게 만든 2루타였다.

완전히 분위기가 살아난 대표팀은 이어진 2사 3루에서 기어이 김현수의 적시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만약 이날 패했다면 대표팀은 패자부활전으로 밀려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3년 만의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 전선이 불투명해졌을 터였다. 패자부활전은 4경기 연속 승리해야 우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후의 끈질긴 승부가 김현수의 결승타로 연결된 모양새다. 김현수는 경기 후 "처음 보는 투수여서 어떤 구질이 있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앞에서 선수들이 많은 공을 봐줬다"고 말했다. 이정후 등이 끈질긴 승부를 해줬기에 구종을 예측하고 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정후는 경기 후 "구속이 빠른 투수였고 체인지업도 직구에 비해 구속 차가 많이 나지 않았다"면서 "빠른 구종에 (타이밍을) 맞췄고 6, 7구를 봐서 눈에 익은 상태에서 맞추는 위주로 짧게 치자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동점타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기회가 왔을 때 집중해서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정후가 29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열리는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 7회말에 솔로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 오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스라엘과 B조 조별 리그 1차전도 쉽지 않았다. 대표팀은 5 대 4로 앞선 9회 동점을 허용해 연장 승부치기로 갔고, 허경민(두산)과 양의지(NC)의 연속 몸에 맞는 공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당시 7회 김현수와 백투백 홈런으로 동점을 이끈 이정후는 "점수 차가 많이 나지 않아 죽을 것 같다"면서도 "오늘 경기도, 이스라엘전도 끝내기로 이겼는데 재미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목표는 금메달. 베이징올림픽 우승을 보고 자란 '베이징 키즈' 세대인 만큼 이정후는 "당시 내가 금메달을 딴 것도 아닌데 내가 한 것마냥 친구들에게 자랑했다"면서 "지금 초등학생 선수들이나 관심이 없는 친구들도 야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2일 낮 12시 이스라엘과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여기서 이기면 4강 직행이다. 이정후는 "여기서 이겨야 편하게 가는 만큼 이번에는 큰 점수 차로 편하게 이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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