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금메달 4개를 거머쥐며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현대자동차그룹 기술도 덩달아 화제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연구개발(R&D) 기술이 양궁 훈련에 접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각 선수에 맞는 화살을 선별해 공급했고 선수마다 손에 최적화된 '그립'을 스캔해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또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 심박수 등 생체정보까지 측정해 컨디션 관리에 도움을 주면서 점수를 자동 판독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기량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게 하는 방식 등이다.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취약점을 분석하는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는 제3의 코치진으로 활동했다.
2일 현대차 등에 따르면 기술 지원 프로젝트는 정의선 회장 주도로 시작됐다. 세계 최강의 한국 양궁이지만,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R&D 기술을 접목하면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브라질 리우대회 직후부터 양궁협회와 함께 다양한 기술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양궁선수들이 평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듣고 그룹이 가진 R&D 기술로 지원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검토했다.
고정밀 슈팅머신은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데 도움을 줬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가 협의 끝에 제작한 이 기기는 선수들이 자신에게 맞는 화살을 선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단점을 보완했다. 또 불량 화살을 솎아내 선수들이 균일한 최사 품질의 화살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도왔다.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도 전날 귀국해 "선수와 감독 모두 잘해줬다"며 "양궁인들 모두가 같이 이뤄낸 거라 생각하고 있고 특히 국가대표팀이 진천에서 계속 같이 연습을 시합을 잘해줘서 올림픽 대표팀이 더 잘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기술이 양궁 훈련에 적용된 것과 관련해서는 "화살 골라내는 기술이 참 중요했다"며 "화살의 편차가 없이 좋은 화살 골라 쓸 수 있어 유용했다"고 말했다.
비전(Vision)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는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혁신 기술이다.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하고 심박수를 측정하는 장비다.
현대차그룹은 정교한 심박수 측정을 위해 활시위를 당기는 선수 얼굴 영역을 판별하고 주변 노이즈를 걸러내는 별도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활을 잡는 그립에도 공을 들였다. 현대차는 선수, 각자의 손에 맞게 손질한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스캔해 3D 프린터로 재현했다. 1㎜ 미만의 오차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양궁 경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그립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알루마이드, PA12 등 신소재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회장은 선수단 포상 계획과 관련해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 다른 체육단체들과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