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4강도 잘한 거야" 멘붕 온 맏형 울컥하게 만든 후배들[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대표 권영준(오른쪽)이 30일 도쿄올림픽 중국과 단체전 3, 4위 결정전에서 마지막 선수 박상영을 격려하고 있다. 지바=이한형 기자


한국 펜싱 남자 에페 전인미답의 역사를 써낸 2020 도쿄올림픽 대표 선수들. 박상영(26·울산광역시청), 권영준(34·익산시청), 송재호(31·화성시청), 마세건(27·부산광역시청)은 남자 에페 최초의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일궈냈다.

선수들은 30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눌렀다. 45 대 41 역전승으로 동메달 획득을 자축했다.

역대 올림픽 남자 에페 첫 메달이다. 이전까지 한국 펜싱은 남자 사브르(2012 런던, 2020 도쿄 금메달), 여자 에페(2012 런던, 2020 도쿄 은메달), 여자 플뢰레(2012 런던 동메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냈다.

쉽지 않은 메달이었다. 대표팀은 8강전에서 그리스에 뒤지다 기사회생했다. 마지막 9라운드를 앞두고 30 대 34로 뒤져 있었는데 에이스 박상영이 14 대 5로 벤야민 슈테펜을 압도하면서 대역전극을 이뤘다.

대표팀은 4강전에서 숙적 일본을 넘지 못했다. 38 대 45로 지면서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아쉽지만 개최국 일본은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누르고 정상에 오른 강팀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중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시 뭉쳤다. 6라운드까지 4점 차로 뒤졌으나 송재호, 권영준, 박상영이 차례로 점수를 얻어내며 쾌거를 이뤘다.

이날 경기에서 누구보다 희비가 갈린 선수가 있었다. 바로 맏형 권영준. 8강전과 4강전에서 제몫을 하지 못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권영준은 스위스와 8강전에서 세 라운드 10점을 냈지만 14점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일본과 4강전에서도 14 대 19로 열세였다.

하지만 중국과 경기, 특히 승부처에서 힘을 냈다. 권영준은 11 대 9로 득점이 많았다. 특히 8라운드에서 5 대 2를 만들며 34 대 34 동점을 이뤘다. 이 기운을 몰아 박상영이 역전을 만들 수 있었다.

경기 후 권영준은 "4강전까지 내 역할을 잘하지 못해서 힘들었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갈 데가 없었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중국과 경기에서 "이것마저 못하면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비장했던 당시를 돌아봤다.

힘들었던 맏형을 다독인 것은 후배들이었다. 권영준은 "4강전이 끝나고 내가 멘털이 나가니까 후배들이 오히려 챙겨줘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동생들이 '어차피 4강 온 것도 잘 했다. 끝나고 술 먹자' 하면서 농담을 했는데 그나마 긴장이 풀렸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올림픽 단체전 첫 메달을 남자 에페 대표팀. 선후배들의 끈끈한 팀 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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