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취약계층'도 코로나 백신 접종…"고령층은 우선보호"(종합)

"60세 이상 중증·사망 위험↑…접종 신속히 종료해야"
"델타 유행하며 40~50대 위·중증 증가…대비책 필요"
발달장애인 등 8월 26일 개시…의료기관도 자율접종
'3밀' 환경 국제항해 종사자·노숙인·미등록 외국인 등

황진환 기자

정부가 올 3분기 사회적·신체적 제약으로 스스로 접종 참여가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본격 추진한다. 코로나 감염 시 중증·사망 위험이 배로 높은 60세 이상 고령층 미접종자에 대해서는 다시금 접종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30일 이같이 밝히며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접종대책'을 마련,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취약계층 가운데서도 정부가 우선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1순위' 대상은 △방역수칙 이행이 어려운 발달장애인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 진행 확률이 높은 심장·간 등 장애인 △집단생활로 감염위험이 높은 직업재활시설 이용자 등 약 29만 6천여명이다.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들의 사전예약은 다음달 5일부터 콜센터(1339·지자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 및 보건소에서 현장 예약지원을 통해 이뤄진다. 실제 접종은 3주 뒤인 8월 26일부터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 백신인 화이자 또는 모더나로 시행된다.
 
이번 접종군에는 60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미접종자, 그간 많은 집단발생이 일어났던 요양병원·시설의 신규 입소자도 포함된다. 추진단은 이들에 대한 접종을 통해 감염 시 중증이나 사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고령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75세 이상 연령층 중 미접종자는 별도의 기간 없이 예방접종센터에서 개별 예약을 하면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다. 60~74세 중 미접종자는 다음달 2~31일 사전예약을 통해 접종일시 및 기관을 선택하면 8주 간격으로 AZ 백신을 접종받게 된다. 예방접종은 다음달 5일부터 9월 3일까지 시행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 코로나19 현황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진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원칙적으로는 모든 국민에게 접종 기회가 주어진 후에 미접종자에게 기회가 부여되나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에는 감염될 경우에 중증이나 사망의 위험이 굉장히 높아 고령층에 대한 접종을 신속하게 종료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7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에는 1~2차까지 어느 정도 접종이 완료가 되었고, 60~74세 어르신들의 경우 1차 접종은 상반기에 마무리했고 8월부터는 2차 접종이 본격적으로 800만 명 가까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8월 말~9월 초까지 신속하게 2차 접종을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다만, 아직까지 접종을 받지 않으신 어르신들이 상당수 있다. 그래서 7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는 저희가 접종을 중단한 적이 없고 계속 예방접종센터를 통해 개별예약으로 접종 안내를 하고 있다"며 "예방접종이 끝나는 시점까지는 계속 접종을 제공하기 때문에 아직 접종을 받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신속하게 접종을 받아주시길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60~74세 어르신의 경우 상반기 접종 이후에는 잔여백신을 통한 접종 이외 접종이 없었다. 8월부터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활용해 다시 한번 접종을 시행하는 것으로 정리해 안내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상반기 요양병원·시설을 대상으로 실시된 예방접종 이후 새롭게 입원하거나 입소한 인원, 종사자에 대해서는 AZ 백신으로 접종이 이뤄진다. 요양병원은 자체적으로, 취약시설의 경우 시설계약 의사나 보건소가 방문해 접종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내 자율접종도 실시된다. 현재 중증질환으로 의료기관에 입원 중이거나 항암치료 등을 위해 외래를 수시 방문하는 환자, 간병인을 비롯한 보호자들이 대상이다. 이동이 어려운 이들의 접종 편의를 위해 치료 중인 병원에서 접종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자율접종을 희망하는 의료기관은 다음달 초 수요조사를 거쳐 지정될 예정이다. 예방접종은 8~9월 중 화이자나 모더나를 이용해 이뤄진다.
 
장기간 선상에서의 공동생활로 이른바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에 노출돼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국제항해 종사자 약 1만 명도 백신을 접종받는다.
 
이들은 이미 대다수가 '필수활동 목적 출국'에 해당해 접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일부는 국내 체류기간이 너무 짧아 사전예약을 못하거나 예정 일정을 지키지 못해 예약을 하고도 접종을 못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얀센 백신. 황진환 기자

추진단은 얀센 또는 mRNA 백신으로 이들에 대한 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다. 선원수첩이나 고용계약서를 거점지역 지정 보건소에 제시하면 사전예약 없이도 당일 접종을 할 수 있게 된다.
 
'방역 사각지대'로 지적받아온 노숙인과 미등록 외국인 등도 백신을 맞는다. 추진단은 "일상생활을 통한 감염 또는 전파 우려를 감소시키기 위해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된 노숙인과 입국이력이 없어 일반 국민 사전예약 시 예약이 불가능했던 미등록 외국인에 대해서도 접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이 주로 방문하는 지원시설을 통해 예방접종을 안내할 예정이다. 대상자들은 보건소를 현장 방문하면 얀센이나 모더나, 화이자를 접종받게 된다.
 
정 청장은 '아직 내국인 국민도 다 백신을 맞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접종을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저희가 외국인에 대해서도 우리 국내 국민들과 동일하게 접종기회를 제공한다는 말씀을 이미 드려서 접종이 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미등록 외국인이거나 접종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접종을 못 받는 취약계층이 있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좀 더 안내하고 접종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라고 답변했다.
 
또한 "현재 4차 유행이 진행 중에 있는데 경기도, 충청권 지역을 보면 외국인 종사자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단체로 근무하고 있는 제조업의 집단발생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한 유행을 통제해 전체 국민의 안전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들에서 우선접종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단순히 '국민보다 외국인이 먼저 맞는다' 같은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도발(發)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국내 우세종으로 확산하면서 60대 미만 위·중증 환자가 증가세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 코로나19 현황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청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이달부터 본격 증가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사망자가 주간 한 15명 내외로 치명률에까지 반영이 되어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델타 확산이 위·중증이나 치명률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현재 분석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델타형이 먼저 유행한 영국이나 캐나다의 분석자료를 보면 델타형이 영국 변이인 알파형에 비해 위험도를 1.8~2배 정도 높이고 사망위험도 올린다는 보고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 청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위·중증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은 예방접종을 진행하며 많이 감소했고 40~50대 장년층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예방접종을 하고 철저히 방역수칙을 준수해 예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국내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위·중증 및 사망 증가에 대한 대비,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기준 위·중증 환자 현황(299명)을 보면, 50대 환자가 111명(37.1%)으로 60대(24.4%·73명)와 70대(10.7%·32명), 80세 이상(4.3%·13명)을 앞서는 상황이다. 40대도 14.4%(43명)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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