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前이사장, 유래 깊은 '검맥관리'…옵티머스 때 먹혔나

박영수, 2014년 건대 석좌교수 맡으며 전 이사장과 친분
2017년 '건국대' 접점 사라졌지만, '박근혜 특검' 이후 '주가' 상승..수십 차례 골프·식사 모임
특검팀 속해 있던 이모 부부장 검사 소개도…수산업자 매개 오랜 '검맥(檢脈)' 관리
'옵티머스 투자' 터지자 빛 발했나…석연찮은 檢 '무혐의'

2018년 12월 8일 서울 성북구 소재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박영수 전 특검과 건국대 김경희 전 이사장이 모임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건국대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의혹'은 건국대 김경희 전 이사장과 이모 부부장검사 등의 지난해 '골프 회동'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확산됐다. 이 둘의 연결고리에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 외에도 박영수 전 특별검사라는 해묵은 인연이 작동했다.

특히 박영수 특검과 김경희 전 이사장의 친분은 7년 이상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이사장 특유의 '검맥(검사+인맥) 관리'가 검찰의 무혐의를 이끈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 전 특검을 통해 이 부부장검사와 김 전 이사장의 친분이 이어졌다는 증언도 새롭게 나왔다.

경찰은 김 전 이사장이 박 전 특검과는 오랜 시간 자유 분방한 대면관계를 유지한 반면, 유독 이 부부장 검사를 만날 때는 수산업자 김씨를 창구로 활용한 정황에 주목한다. 수산업자 김씨는 각각 박 전 특검과 이 부부장 검사에게 값비싼 수입 차량들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줬다. 박 전 특검의 경우 포르쉐 차량을 무상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특검과 이 부부장검사는 '가짜 수산업자 금품살포 사건'으로 입건된 피의자이기도 하다. 가짜 수산업자 김씨 역시 김 전 이사장과 어울린 정황이 포착됐다. 결국 김 전 이사장과 박 전 특검을 중심으로 여러 인맥들이 오르내리며 의혹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2019년 5월 18일 서울 성북구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박영수 전 특검과 건국대 김경희 전 이사장이 식사 모임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건국대 김 전 이사장과 박 전 특검은 2014년 초쯤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강남의 한 식당에서 처음 만났다. 같은 해 3월 박 전 특검은 건국대 석좌교수에 임용된다. 김 전 이사장과 박 전 특검의 인연이 최소 7년 전부터 이어져 온 셈이다.

당시 김 전 이사장은 건국대 이사장 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학교 재산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상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건국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는 김 전 이사장이 횡령·배임 등 문제로 위기였다"며 "여러 인사들과 접촉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그해 8월 특가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고, 약 1억 3700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7년 4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고, 17년간 유지해 온 이사장직을 자동 상실했다.

그 당시 박 전 특검은 2016년 11월까지 석좌교수로 재직하다가 특검을 맡게 되면서 건국대를 떠난 상황이었다.

2019년 10월 4일 서울 성북구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건국대 김경희 전 이사장과 박영수 전 특검이 식사 모임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하지만 김 전 이사장과 박 전 특검의 인연은 '건국대'라는 접점이 사라졌음에도 계속 이어졌다. 특검의 수사 기간이 끝난 2017년 상반기쯤부터 박 전 특검은 김 전 이사장과 골프 및 식사 모임을 여러 차례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건국대가 운영하는 파주 골프장과 청평에 위치한 골프장, 용인에 있는 골프장 등에서 골프를 즐겼다. 골프가 끝나면 성북구에 있는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모임을 했다. 골프장 이용료는 1인당 약 40만원이고, 식사비는 1인당 12~15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제는 모두 김 전 이사장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기 용인의 골프장의 경우 김 전 이사장의 사위, 즉 현 유자은 이사장의 남편이 경영하는 곳이다.

A씨는 "성북구 식당 지하에는 영업용이 아닌 단골들을 위한 별도의 노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특검과 김 전 이사장이 골프장과 해당 식당에서 자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김 전 이사장 특유의 친화력과 로비 방식에 골프와 식당, 노래방 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올해 5월 초 서울 성북구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건국대 김경희 전 이사장이 박영수 전 특검과 식사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실제 김 전 이사장이 해당 식당에서 박 전 특검과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된 것만 2018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4차례에 달한다. 이 자리에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를 포함해 건국대 교수들과 여권 유력 인사들도 함께했다.

A씨에 따르면 이 부부장검사(서울남부지검 전 부장검사)도 이때부터 박 전 특검을 따라 김 전 이사장과 함께 어울렸다고 한다. 앞서 이 부부장검사와 김 전 이사장이 지난해 8월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이들의 만남은 이보다 훨씬 빨랐던 셈이다. 경찰도 8월 모임에 앞서 김 전 이사장과 이 부부장검사의 만남이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한 상태지만, 실제 두 사람 간 관계는 전해진 사실보다 깊은 관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당시 이 부부장검사는 박 전 특검이 이끈 '국정농단' 특검팀 파견 검사였는데, 박 전 특검이 주위 여러 사람을 소개시켜 준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으로 발령된 이 부부장검사에게 '가짜 수산업자' 김씨를 소개시켜 준 인물도 박 전 특검이다.

단순 골프 및 식사 모임이 의혹의 대상으로 불거진 것은 김 전 이사장의 딸인 건국대 유 이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김 전 이사장에 이어 그의 딸인 유 이사장 또한 이사장직을 상실하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9월 8일부터 사흘간 건국대 120억원 옵티머스 펀드 투자와 관련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으며, '수익용 기본재산인 임대보증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유 이사장 등을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같은 해 9월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가 같은 사안을 두고 유 이사장을 특가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것과 병합돼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됐고, 올해 5월 27일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김 전 이사장의 골프 및 식사 모임이 검찰 처분에 무혐의를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이 7년 전부터 공들여 온 검맥 관리가 이번 사태에 빛을 발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특히 같은 사안을 두고 법원과 감사원, 교육부에서는 '유죄' 취지의 판단을 내렸지만, 검찰만 동 떨어진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되면서 의문점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2020년 10월 이모 부부장검사(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와 건국대 김경희 전 이사장의 모임 사진. 왼쪽부터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의 지인, 이 부부장검사, 김씨, 건국대 교수, 김 전 이사장, 건국대 교수, 식당 주인. 독자 제공

심지어 이들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모임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부장검사는 지난해 10월, 박 전 특검은 올해 5월 초 각각 김 전 이사장과 만났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이들의 모임은 더욱 많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부서의 당시 부장검사가 이 부부장검사의 연수원 동기인데다가 2013년 법무부 인접 부서에서 근무하는 등 접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모종의 청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한편 김 전 이사장의 골프 접대는 과거에도 유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국대 법인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의 '그린피 면제' 명단에는 당시 검사장과 국정원 간부, 대통령실 인사, 전 국회의장, 전 대법관,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진, 언론계 유력 인사들 등 수많은 인사들의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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