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오승환 "팀에 미안하지만 이겨서 안도의 한숨"[도쿄올림픽]

29일 일본 도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9회초에 오승환이 라이언 라반웨이에게 솔로 홈런으로 5-5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끝판 대장' 오승환(39·삼성)이 죽다 살아났다. 13년 만의 올림픽에서 아쉬운 피홈런으로 대표팀의 승리를 날렸지만 위기를 극복해내며 끝내기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오승환은 29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이스라엘과 B조 1차전에서 5 대 4로 앞선 9회초 등판했다. 1사에서 상대 5번 타자 라이언 라반웨이에게 우중월 1점 홈런을 맞았다.

승리 직전에서 통한의 동점포를 허용한 것. 라반웨이는 앞서 6회도 최원준으로부터 2점 홈런을 날리며 맹위를 떨쳤다.

역대 KBO 리그 최초의 300세이브 대기록을 세운 오승환이었기에 아쉬운 블론 세이브였다. 또 일본과 미국에서도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한 오승환이 무너지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오승환이었다. 연장 승부치기로 흐른 고비에서 돌부처답게 묵직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무사 1, 2루부터 시작하는 연장 10회 오승환은 첫 타자 미치 글라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당초 번트를 시도하려던 글라서는 뜻대로 되지 않자 오승환의 노련한 투구에 말렸다. 스코티 버챔 역시 오승환의 위력투에 눈을 뜨고 삼진을 당해 순식간에 투아웃이 됐다.

다음 타자는 이안 킨슬러. 메이저리그(MLB) 통산 247홈런 1999안타에 빛나는 킨슬러는 이날 3회 대표팀 1선발 원태인(삼성)으로부터 선제 2점 홈런을 날리며 관록을 뽐냈다. 그러나 오승환은 뚝심으로 밀어붙였고, 몸쪽 꽉찬 돌직구로 킨슬러를 얼리며 10회를 마무리했다.

실점 없이 10회초를 수비한 대표팀은 곧바로 끝내기 점수를 냈다. 2사 2, 3루에서 허경민(두산)과 양의지(NC)가 연속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며 밀어내기로 승부를 갈랐다. 승부치기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오승환과 상대 마지막 투수 제레미 블라이히의 담력을 확인한 장면이었다.

29일 일본 도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9회초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후 오승환은 "팀이 이긴 게 너무 다행"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10회까지 안 가도 되는 경기를 나 때문에 하게 돼서 너무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 분위기를 이어서 앞으로 남은 경기를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겨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홈런만 두 팀에서 3개씩을 때렸다. KBO 리그에서도 홈런이 많이 나오는 사직구장과 비슷한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홈에서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95m 정도. 특히 이날은 외야로 부는 바람까지 강해 타구가 멀리 뻗었다.

오승환은 "(일본 한신 시절) 뛰어본 구장이라 유의했는데 실투 하나에 홈런이 나왔다"면서 "규모가 작은 스타일이라 홈런 많이 나오는 구장이고 바람도 오늘 따라 많이 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잘 준비하고 경계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10회 위기를 넘긴 순간도 돌아봤다. 오승환은 "점수를 안 준다기보다 최소 실점하면 우리 공격이 남아 있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13년 만의 올림픽 소감은 어떨까. 오승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멤버다. 그러나 오승환은 "소감보다 홈런 맞고 나서도 이겨서 다행이고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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