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시절 얘기하면 길어지는데…" 박찬호 해설, 유쾌한 굿머치토커 [도쿄올림픽]


박찬호 KBS 야구 해설위원. 연합뉴스


"제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또 이게 얘기가 길어지는데, 코치님이 너의 베스트 피치가 뭔지 아냐고 묻더라구요. 저는 빠른 공을 던지니까 패스트볼? 이렇게 답했더니 아니라고. 초구 스트라이크가 바로 너의 베스트 피치라고. 초구 스트라이크 넣고 안 넣고가 너의 능력이라고"

아시아 투수로서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겼고 한국과 일본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박찬호는 마이크 앞에서도 '코리안 특급'다웠다.

29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이스라엘의 도쿄올림픽 야구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광용 KBS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춘 박찬호 해설위원은 자신이 현역 시절 쌓았던 풍부한 경험을 중계 방송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특히 "LA 시절"에 대한 야구 팬의 관심이 뜨거웠다.

박찬호 위원은 '투머치토커(TMT)'로 유명하다. 특히 전성기를 보냈던 LA 다저스 시절을 언급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야구 팬들은 박찬호 위원의 그런 모습을 오히려 더 좋아한다.

박찬호 위원은 이날 중계에서도 여러 차례 "LA 시절"을 언급했다. 이야기가 길지는 않았지만 강렬했다.

박찬호 위원은 선발 원태인에 이어 등판한 최원준 역시 초구부터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노리는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자 "초구 스트라이크가 베스트 피치"라며 자신의 마이너리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시속 160km에 가까운 빠른 공에 자부심이 있었던 '선수' 박찬호에게 초구 스트라이크야말로 최고의 공이라고 강조한 마이너리그 투수코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최원준은 등번호 61번을 달고 마운드에 올랐다. 61번은 '코리안 특급'의 현역 시절 그를 상징하는 등번호였다.

61번을 보니 추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박찬호 위원은 "LA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라고 웃으며 말을 아꼈다.

경기 막판 박찬호 위원은 마침내 "LA 시절"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박찬호 위원은 과거 LA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유대인 숀 그린의 이름을 언급했다. 한국의 상대가 이스라엘이다 보니 노련한 이광용 아나운서의 리드 아래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졌다.

야구 팬들은 "마침내 LA 시절 이야기가 시작했다"며 기뻐했다. 마침 오지환이 4대4 균형을 깨는 적시타를 터뜨린 직후라 분위기가 더욱 좋았다.

하지만 이닝이 갑자기 종료되면서 숀 그린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찬호 위원은 깊이있는 해설과 풍부한 경험담으로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재미를 증폭시켰다. "LA 시절" 이야기를 결코 과하지 않게 적절히 섞어 야구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는 올림픽 중계를 앞두고 "이제 굿머치토커(GMT)가 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박찬호 위원은 앞으로도 한국 야구 대표팀의 경기를 해설하면서 자신의 다양한 경험담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가 언제 "LA 시절" 이야기를 꺼낼 것인지, 중계방송을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한편,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연장 10회말 승부치기 접전 끝에 이스라엘을 6대5로 따돌렸다.

오승환이 1점 차로 앞선 9회초 동점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양의지가 승부치기로 진행된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투수가 던진 공에 맞으면서 그대로 승부가 끝났다.

박찬호 위원은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각오를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양의지 선수는 (몸으로 오는 공을) 피하지 않았다. 앞서 허경민 선수도 피하지 않았다. 그런 투혼이 승리로 이어졌다"는 멘트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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