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골은 이겨야 했는데…."
2연패 후 첫 승에도 만족은 없었다. 숙명의 한일전. 이래저래 이겨야 할 이유가 태산 같이 쌓인 상황에서, 오히려 3골 차 승리가 아쉽기만 했다.
강재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29일 일본 도쿄 요요기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핸드볼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일본을 27대24로 격파했다. 류은희가 9골로 공격을 이끌었다.
강재원 감독은 경기 후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이겼지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 답답하다. 계속 답답하다. 그래도 이겼으니 새롭게 정비하겠다. 몬테네그로를 꼭 이겨야 8강에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앞서 노르웨이, 네덜란드에 연패했다. 분명 실력 차는 있다. 유럽선수권 챔피언, 그리고 세계선수권 챔피언과 맞대결이었다. 이어 일본을 격파하며 반전 기회를 잡았지만, 강재원 감독은 선수들의 긴장에 한숨을 내쉬었다.
강재원 감독은 "앞선 경기도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도 솔직히 7~8골은 이겨야 했다"면서 "너무 긴장을 한다. 올림픽에 나온 선수들도 있는데 왜 이렇게 중압감을 갖고 뛰는지 모르겠다. 빨리 떨쳐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류은희도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올림픽에 나왔던 친구들도 있지만, 경험이 없는 선수들도, 공백기가 긴 선수도 있다"면서 "농담으로 4개국 초청대회가 끝나고 본 게임이 시작이라고 이야기도 했다. 오늘 잘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전은 특별했다.
앞서 개최국 자격으로 조를 선택할 수 있었던 일본은 한국이 속한 조를 선택했다. 또 일본 도착 후 훈련 과정에서 애를 먹었고, 선수촌에서는 빨래를 찾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류은희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면서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고 한다. 또 오늘 잘하면 다음이 있기에 오늘만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강재원 감독은 "한일전은 당연히 이겨야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일본에서 하든, 한국에서 하든 모든 경기에서 일본을 이겼다"면서 "이번에는 2패를 하고 나서 선수들이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심리적인 문제였다.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표는 8강"이라면서 "B조는 혼전이다. 스웨덴이 복병이라고 생각한다.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그쪽을 피한다면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은 둥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