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도 다양성 추구…'오페라의 유령' 첫 흑인 여주인공

흑인 배우 루시 세인트루이스, 웨스트엔드 '오페라의 유령'서 크리스틴 역 낙점
작곡가 겸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 "완전히 매료됐다"
긍정적 반응 압도적이지만 부정적 반응도…"계속 전진해야 할 때"

루시 세인트루이스 인스타그램 캡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처음으로 흑인 여주인공이 탄생했다.

최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런던 허 마제스티 극장에서 1년 6개월 만에 재개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흑인 배우 루시 세인트루이스가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를 연기했다.

1986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오페라의 유령은 전 세계에서 1억 4천 만명 이상이 관람한 고전이다. 가스통 르루의 소설이 원작으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곡을 썼다.

극중 크리스틴은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파리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유령'과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프리마돈나다.

세인트루이스는 "그동안 흑인 여성은 아름다움, 권력, 우아함을 모두 갖춘 역할을 맡기 힘들었다. 마침내 이 자리에 서서 또다른 유색인종 여배우에게 문을 열어준 건 매우 특별하다"고 했다.

2012년 웨스트엔드에서 데뷔했을 때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라이온킹'의 암사자 '날라', '드림걸스', '컬러피플'의 흑인 캐릭터 정도가 내게 주어진 선택지였다. 모두 훌륭한 뮤지컬이지만 (피부색을 이유로) 배역이 제한되는 상황은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지게끔 했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뮤지컬 '모타운'에서 다이애나 로스를 연기했다. 이후 2019년 영국 국립 오페라의 '맨오브라만차'에서 노래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 4월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에서 크리스틴 역할을 따냈다. 로이드 웨버는 세인트루이스의 노래를 듣고 "완전히 매료됐다"(utterly bewitched)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를 통틀어 흑인 배우가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역할을 맡은 건 처음이다. 앞서 2016년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알리 에월트가 유색인종으로는 최초로 크리스틴을 연기한 적은 있다.

세인트루이스가 크리스틴 역에 낙점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업계에서 긍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이러한 반응은 우리가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브로드웨이 전문 매체들도 웨스트엔드의 의미 있는 캐스팅 변화를 집중 보도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최근 브로드웨이 닷컴과 인터뷰에서 "어릴 적 오페라의 유령 넘버를 처음 듣고 난 순간부터 이 작품과 사랑에 빠졌다. 훗날 내가 크리스틴을 연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팬데믹으로 중단된 오페라의 유령 브로드웨이 공연은 10월 22일 재개된다.
루시 세인트루이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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