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빈(25, 서울시청)은 지난 27일 도쿄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 초과급 결승에서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 7대10으로 패한 뒤 승자를 축하했다. 아쉬움은 잠시 접어둔 채 만디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다빈은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이 큰 무대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고생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선수를 축하해 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승패를 떠나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이다빈에 패한 비안카 워크던(영국)은 그렇지 못했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영국 매체를 통해 판정 불만을 토로했다.
위크던은 BBC 등 영국 매체를 통해 "동메달을 따서 기쁘지만 원했던 색깔은 아니다. 준결승에서 모든 것을 바쳤지만, 몇몇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화가 난다. 집에 가면 메달에 색을 덧칠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다빈은 준결승에서 종료 1초를 남기고 위크던의 머리에 발차기를 내리꽂았다. 3점을 얻으면서 25대24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위크던은 감점 판정을 8번이나 받는 등 깔끔하지 못한 경기를 펼쳤다.
종주국 한국 태권도는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쳤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 68kg급 이대훈(29, 대전시청)이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상대를 먼저 축하해주고 슬퍼하는 모습, 이다빈이 승자를 향해 엄지척을 해주는 모습, 남자 80kg 초과급 인교돈(29, 한국가스공사)이 동메달을 딴 뒤 활짝 웃는 모습 등 종주국의 품격을 확실히 보여줬다.
위크던의 세계랭킹은 1위지만, 품격은 1위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