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與 주자들 '원팀' 서약했지만…일촉즉발의 '李-李 화약고'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대선 예비 후보가 2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MBN스튜디오에서 열린 본경선 1차 TV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이 서로 간 네거티브 공방을 멈추는 '원팀협약'을 맺었지만, 도장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첫 TV토론회에서 또다시 충돌했다.
 
특히 유력주자로 꼽히는 이재명·이낙연 후보는 앙금을 풀지 못한 채 이견만 재확인했다. 향후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 간 비방이 더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낙연 "합의 오락가락" vs 이재명 "사면 말바꾸기"

28일 연합뉴스TV·MBN 공동 주관으로 열린 TV토론회에서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지명하며 "이 지사는 국회에 대한 태도가 오락가락하는 듯하다"고 공격했다. 이재명 후보가 재난지원금 문제에는 여야 간 합의를 강조한 반면, '법사위원장 양보' 문제에서는 합의 철회를 주장하자 이를 '오락가락'이라고 문제 삼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원팀'협약식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러자 이재명 후보도 역공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이 후보는 "(이낙연 후보가)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자고 주장했다가 이후에는 전직 대통령(박근혜)을 사면하자고 했다"며 "오히려 후보님께서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게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이재명 후보는 이어 이낙연 후보의 '능력 문제'를 지적하며 "실력이 없거나 국민 약속을 어기는 문제와, 품격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느냐"고 몰아세웠다. 자신이 비록 형수 관련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올라 품위는 잃었지만, 총리 재직 시절 보여준 게 없는 이낙연 후보보단 낫다는 논리였다.
 
이들의 충돌은 토론회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을 다시 꺼내들며 "지역은 우리 사회의 상처다. 상처는 아픈 사람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저격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저를 지역주의로 공격하기 위해 지역주의 망령을 끌어낸 것에 대해선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며 날을 세웠다.
 

원팀 가능할까…과거 분당 경험 있어 극단으로 치닫진 않을듯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원팀'협약식에서 핵심공약 원팀 퍼즐 맞추기 퍼포먼스를 하는 이낙연 전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이날 오전 중앙당사에 모여 원팀 협약에 서약했다.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되 네거티브 공방은 펼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 약점을 노출해 자칫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는 상생의 법칙도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이재명·이낙연 두 유력주자의 갈등이 좀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민주당 원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후보는 28일 토론회를 마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좀 절제되기는 했지만 저는 여전히 백제발언과 지역주의 논란, 후보의 과거문제, 측근 친인척 문제를 가지고 검증이라는 이름의 네거티브 공방이 계속됐다고 느낀다. 안타깝고 아쉽다. 국민들께서 짜증내고 관심 잃을까봐 걱정"이라며 "제발 미래지향적인 정책 공방과 토론이 이어지기를 다시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후보 역시 "철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본선 승리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살 찌푸려지는 네거티브는 가능한 한 지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28일) 토론회에서 제안 드린 것처럼 후보들 검증을 위한 당 공식기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주당에서도 더 이상 네거티브를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당내 경선이라는 게 서로를 배려하고, 본선 경쟁력을 약화하지 않는 노력을 함께 해나가자는 뜻을 모아가는 것"이라며 "규제, 또는 제재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정정당당 경선'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윤창원 기자
다만, 민주당이 과거 분당(分黨)의 아픔을 겪은 만큼,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일정 기준선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후보도 계속 되는 공세에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원팀으로 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했는데, 출범 이후 분당돼 여러 고통을 겪었다. 그게 불행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재통합했고, 이번에 네 번째 대선을 치르고 있다. 그것을 잘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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