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올림픽 단체전 2연패를 달성한 남자 사브르 대표팀. 9년 만에 올림픽 챔피언에 오르며 한국 펜싱 역사를 새롭게 썼다.
오상욱(25·성남시청), 구본길(32), 김정환(38·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후보 선수 김준호(27·화성시청)가 나선 대표팀은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45 대 26으로 눌렀다. 남자 사브르는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단체전 2연패를 일궈냈다.
2012년 당시 멤버로는 김정환과 구본길이 있었다. 김정환은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가 되는 노장임에도 이번 대회 개인전 동메달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 등 관록을 보이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특히 오상욱의 금메달이 의미가 있다. 개인 세계 랭킹 1위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오상욱은 대회 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훈련에 애를 먹었다. 이번 대회 개인 8강전에서는 대회 관계자의 점수판 조작 실수로 1점을 더 잃는 악재 속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오상욱은 실망하지 않고 단체전을 준비했다. 오상욱은 경기 후 "개인전은 아쉽게 됐지만 빨리 단체전으로 마음을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이어 "코로나19로 훈련할 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등 어려웠는데 이겨낼 수 있는 걸 보여줘서 기쁘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 최강의 실력을 뽐내 펜싱 '어벤저스'라는 별명을 가진 이들은 훤칠한 키에 외모까지 출중해 '꽃미남 4인방'(F4)라고도 불린다. 이에 대해 구본길은 "모두 다 잘 생겼지만 외모는 김준호가 가장 낫다"면서 "나머지는 공동 2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실력은 모두가 1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고 평가했다.
맏형 김정환의 감회도 남다르다. 김정환은 개인전 동메달로 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3개의 메달을 따낸 데 이어 최다 기록을 4개로 늘렸다. 김정환은 "이번 대회 전 한국 펜싱에서 처음으로 3개째 메달을 걸어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고 싶었다"면서 "그런데 3개를 넘어 4개째는 금메달까지 따냈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교체 선수였지만 김준호도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온 힘을 다해 경기를 준비했다. 김준호는 결승 8라운드에서 김정환을 대신해 들어가 엔리코 베레에 5 대 1 완승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준호는 "개인전을 뛰지 않아 단체전에 부담이 있었는데 선후배들이 너무 잘 이끌어줘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환상의 호흡을 보인 펜싱 어벤저스, F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