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시원한 LH 투기 풍자…신명나는 뮤지컬 '판'

국립정동극장에서 9월 5일까지

국립정동극장 제공

"속 시원하다."

3년 만에 돌아온 국립정동극장 레퍼토리 뮤지컬 '판'은 '사이다' 매력을 자랑한다. 사회 부조리를 향한 풍자와 해학은 거침이 없고, 전통연희에 뮤지컬 요소를 결합한 형식은 생기 넘친다.

지난 27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판' 프레스콜. 배우들은 제목 그대로 한바탕 판을 벌였다. 110분간 이어진 판은 신명났다. 어깨춤이 절로 났다.

판은 19세기말 조선이 배경이다. 서민 사이에서 흉흉한 세상을 풍자하는 패관소설이 퍼지던 시기, 부잣집 도련님 '달수'는 전기수(소설 읽어주고 돈 버는 직업) '호태'를 만나 금지된 이야기의 맛에 서서히 뼈져든다. 급기야 호태를 따라다니며 낭독의 기술을 전수받고 마침내 최고 이야기꾼으로 거듭난다.

매설방(전기수가 활동하는 이야기방) 주인 '춘섬'과 전기수가 읽어주는 소설을 필사하는 '이덕' 등이 함께 이야기를 이끈다.

작품은 극중극 형식이다. 달수와 호태 등 등장인물은 다양한 소설 속 이야기를 양주별산대놀이, 판소리, 꼭두각시놀음, 가면극 등을 활용해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를 신랄하게 풍자해 통쾌함을 선사한다.

팬데믹 속 일상도 무대에 녹였다. 극중 조선은 역병이 들끓어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역병 때문에 밥줄이 끊길 판"이라는 푸념 섞인 대사와 주막에 들어갈 때 인증하는 장면 등이 공감을 자아낸다.

국립정동극장 제공

넘버는 국악 퍼커션과 대금 등 우리 소리에 스윙, 보사노바, 탱고, 클래식 같은 서양 음악 요소를 가미해 감칠맛이 배가된다.

초연 멤버 김지철, 류제윤, 김지훈, 최유하, 김아영, 박란주, 임소라, 최영석에 원종환, 최수진, 류경환, 이경욱, 김지혜가 새로 합류했다. 2017년과 2018년에 이은 세 번째 시즌이다. 블랙리스트 사태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LH 부동산 투기까지 통렬하고 시원한 사회풍자가 묘미다. 국립정동극장에서 9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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