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내전' 앙금 남은 李-李 토론회서 날선 신경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창원 기자

'탄핵 진실게임'과 '백제 발언 논란' 등으로 감정싸움까지 벌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28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본 경선 첫 TV 토론에서 네거티브를 최소화했지만 앙금은 남은 모습이었다.

두 후보는 2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MBN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주당 본경선 첫 TV 토론회에서 침착하게 정책이나 대통령으로서 자질 문제로 토론을 이어갔지만, 토론 말미 네거티브 공방에 대한 신경전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토론회 말미 애써 피해오던  백제 발언 논란을 "이재명 후보께 정리를 해드릴까 싶다"며  끄집어냈고, 이 지사는 맞섰다. 이 전 대표는 "지역은 우리 사회의 상처"라며 "상처는 아픈 사람 입장에서 볼 필요있다. 저도 명심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낙연 후보의 진심을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저를 지역주의로 공격하시기 위해서 지역주의의 망령을 꺼내오신 것에 대해선 책임을 지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있는 사실 가지고 문제를 지적하는 건 옳다"며 "그런데 없는 사실을 가짜로 만들 거나 있는 걸 왜곡 하는 것은 흑색선전"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들이 2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MBN스튜디오에서 MBN과 연합뉴스TV 공동주관으로 열린 본경선 1차 TV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난 2004년 국회 탄핵 소추안에 이 전 대표가 찬성했는지에 대한 두 후보 간 진실 공방도 다시 등장했다. 이 지사 대신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관련해서 당시 언론은 우리 이낙연 후보가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동아일보가 명시적으로 보도했거든요. 그리고 그 당시에 후보께서는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고 했는데 최근 탄핵안에 반대했다고 했다"며 "그렇게 태도 바꾼 이유가 뭔지 진실을 밝히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탄핵에 반대했다"며 "2002년에 대통령 선거에 하나로서 원팀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생시켰다. 그러나 정부 출범 후 분당이 돼 여러 고통을 겪었다. 분열이 불행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2007년 재통합했고 이후에 이번에 4번째 대선 치르고 있다"고 답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두 후보는 토론 과정에서 서로에게 서운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감정의 골을 보이기도 했다. 토론회 순서 중 'O/X' 퀴즈 시간에 '서운하게 한 후보가 있다'는 질문에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모두 'O' 푯말을 들었던 것.

두 후보는 직접적으로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말 안 하겠다. 더 야단 맞을 것 같다"며 백제 발언 등으로 감정 싸움을 벌인 이 지사를 에둘러 지적했다. 이 지사 또한 "굳이 찍어서 말하진 않겠다"고 했다.

감정 싸움을 최소화 한 가운데, 서로의 약점을 찌르기도 하며 신경전도 벌였다.

먼저 주도권 토론에 나선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에게 "국회를 대하는 태도로서 온당한 것이라고 믿으시냐" 따져 물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담긴 여당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날치기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 '야당에 법제사법위원회를 반환하기로 한 합의를 철회하라'는 이 지사의 최근 발언에 대해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

또 이 전 대표는 법사위 반환과 관련해 야당에는 합의 번복을 비판하면서 자당에는 합의 번복을 요구하는 이 지사의 입장 변화도 "오락가락"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회 경험이 없어 반(反) 의회주의 태도를 보인다는 평가가 늘 따라붙는 이 지사의 약점을 찌른 질문이기도 했다.

이에 이 지사는 "말이 바뀐 것이 아니라 상황이 바뀐 것"이라며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고 대응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은 보편지원이 맞다"고 했고, 법사위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 권한이 없어 바꾸라고 할 권한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전 대표에게 "(이 전 대표가)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게 진짜 문제"라고 반박했다.이어 "예를 들면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자' 이렇게 주장했다가, 이후에는 '전직 대통령 사면하자', 또 상황 바뀌니깐 '사면하지 말자' 이런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TV토론에 앞서 대화하는 왼쪽부터 이재명과 이낙연. 연합뉴스

이 전 대표가 올해 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카드를 꺼냈다가 민주당 지지층의 호된 질책을 받은 전례를 소환하며 약점찌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도 반격을 이어갔다. 이 지사는 "정치인은 약속을 하고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는다"며 "공직자일 때 약속을 잘 지켜야하고, 성과를 내야한다"며 이 전 대표가 전남도지사 시절 공약이행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3년 간의 총리 재임 시절에도 뭘 했느냐"고도 따져 물었다. 이 지사가 평소 이 전 대표를 향해 "의원, 도지사, 총리를 했지만 성과가 없다"고 비판해온 약점을 다시 끄집어 낸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언론 보도 제목만 본 듯하다"며 "2014년 도지사에 취임해 2015년에 21개 중 20개 공약을 이행을 했다고 평가가 됐다"고 맞받았다. 또 "총리로 일할 때 한 가지만 말하면 조류 인플루엔자를 완전 살처분 제로까지 만들었다. 대단히 기록적인 일"이라며 "이 지사가 관심을 가졌다면 알았을 것"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이 지사는 뒤이어 직접적인 비판은 피했다. 다만, 이 지사는 "3년 동안 총리로 있으면서 도지사 이상의 권한을 가졌는데, 인플루엔자 잡은 것 참 잘하신 것 같다. 다른 것들도 나중에 들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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