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계파 정치' 때린 최재형의 한 수…尹캠프 격앙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회사진취재단
최근 '친(親) 윤석열 계'가 국민의힘 전면에 등장하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계파 정치를 멈추자"며 공개 회동을 제안했다. 표면적으로는 공개 회동 제안이지만, 결과적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계파 정치에 나섰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게 됐다. 당내 친윤 그룹의 발을 묶는 효과까지 가능한 상황이라, 윤석열 캠프는 격앙된 반응이다. 

친윤 집결하자… 최재형 "계파정치 멈추자" 반격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 전 감사원장은 28일 야권 대선 경쟁자인 윤 전 총장에게 당내 세력분화 움직임을 '함께' 경계하자며 공개 회동을 제안했다. 공개 제안문에서 최 전 원장은 "최근 여러모로 당 안팎이 어수선하다. 언론에서는 계파 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저는 윤석열 전 총장과 만나 현재의 시국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고, 당원과 국민을 안심 시켜 드리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같은 공개 회동은 최 전 원장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의 모임에서 제시됐다.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친윤 그룹의 세 과시를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뜻이 모인 것이다. 한 의원은 CBS 노컷뉴스에 "그동안 보수 정치권이 매번 중대한 과제 앞에서 분열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일이 많았다"며 "그래서 '이번엔 절대 안 된다', '계파 문제 이런 일은 처음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는 논의가 전부터 내부적으로 있었고, 공개 회동 제안이 그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회의원들과 단체 사진을 찍은 모습. 윤 전 총장을 기준으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왼쪽), 권성동 의원(오른쪽), 박성중 의원(뒤쪽). 황진환 기자
최근 윤석열 캠프에 국민의힘 현역 당협위원장 등이 대거 합류하고, 현역의원 40여 명도 성명서를 내며 세를 과시하고 있던 상황에서 '한 수'를 둔 것이다. 입당도 안 한 윤 전 총장이 '계파 정치'를 한다는 프레임을 작동시킬 수 있고 동시에 당내 친윤 그룹의 이후 행보에 제약을 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분도 있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직후 "캠프에 합류하는 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캠프 방침을 정했다. 그러면서 "지지 의원 명단 공개로 당내 위화감과 불편함을 조성하는 것은 구태정치"라고 덧붙였었다. 자신은 처음부터 계파정치를 경계했는데, 윤 전 총장 측이 계파정치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캠프는 당혹·불쾌… 외통수 걸렸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음식점에서 '치맥회동' 후 손을 잡고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최 전 원장 측 노림수가 담긴 제안에 윤석열 캠프는 당혹감과 함께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석열 캠프 핵심관계자는 CBS 노컷뉴스 통화에서 "회동을 제안한 것 자체가 '너희가 뭔 짓을 했으니 만나야 한다'는 것인데, 당대표가 그러면 모를까 왜 최 전 원장이 나서는가"라며 "회동 목적도 아예 공개해버리고선 '너희 만날래, 안 만날래' 했는데 우리가 안 만나면 우리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한 현역 의원도 "계파는 무슨 계파가 있다고 그러는가?"라며 "윤 전 총장 입당을 지지했다고 그게 계파인가? 그럼 이준석도 윤석열계인가"라고 말했다.

공개 회동 제안을 거부하기도, 그렇다고 받기도 애매한 상황이지만 윤석열 캠프는 일단 최 전 원장의 회동 제안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 내에선 "때가 되면 만나면 된다", "우리 일정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최 전 원장 캠프 관계자는 "계파정치를 하지 말자는 당연한 제안이 무슨 비공개 의제라도 되는 문제인가"라며 "윤 전 총장의 대답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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