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여탈권 쥔 中정부 규제의 칼춤···커지는 '차이나리스크'

지난주말 사교육, 부동산 관련 규제 발표
관련 주가는 물론 다른 기업주가에도 영향…증시하락
149달러 나가던 사교육업체 주가가 2.5달러로
마윈 발언 이후 인터넷·기술기업에서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
정부 개입할수록 외국기업·투자자 中 진출에 신중해져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청사.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최근 인터넷 영역과 사교육, 부동산에 대한 규제와 단속을 강화하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기업환경이 악화되는 등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통상의 규제 수준을 넘어 굴지 기업은 물론 거대 산업 하나를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 국무원은 사교육 시장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교육 회사가 해외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예체능을 제외한 과목의 사교육 기관은 비영리 기구로 등록해야 한다. 신규 허가는 내주지 않기로 했다.
 
영어, 수학 등 학교 교과목에 대한 방과후 사교육을 금지시킨 것으로 1980년에 한국에서 있었던 과외금지 조치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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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시장이 과열되고 높은 사교육비가 저출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자 메스를 댄 것이지만 1천200억 달러(약 138조 원)에 이르는 사교육 시장을 초토화시킬 만한 이번 조치로 수많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게 됐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가오투(高途·Gaotu) 주가는 6개월 전에 149달러였으나 지난 26일 주당 2.5 달러로 무려 98%나 폭락했다.
 
사교육 부문 규제 발표 하루 전인 23일에는 주택부 등 7개 기관이 합동으로 부동산 분야 질서를 잡기 위한 조치를 내놓았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을 70% 미만으로 유지하고 순부채비율(부채에서 유동자산을 뺀 후 자본으로 나눈 비율)을 100% 미만으로 관리하며 단기부채 대비 현금성비율이 100% 초과하도록 하는 등 3대 레드라인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는 자산 거품을 방지하고 만연한 부동산 차입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상하이선전 CSI300 부동산지수는 10% 이상 하락했다.
연합뉴스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메신저인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도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보안기술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이 기간 동안 신규 회원 가입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27일에 홍콩 증시는 4.42% 빠졌고 텐센트 주가는 8.98%나 급락하며 2011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한 중국 정부의 통제 강화는 지난해 10월 알리바바 창립자 마윈이 상하이에서 금융감독 당국을 비판한 이후 눈에 띄게 강화됐다.
 
마윈의 설화를 계기로 알리바바의 금융자회사 앤트그룹은 상하이·홍콩증시 상장이 취소됐고 은행처럼 규제를 받는 금융지주회사로 개편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반독점 위반으로 3조 원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지 이틀 만에 국가안보 관련 조사 대상에 올랐고, 당국의 권유를 뿌리치고 뉴욕증시에 먼저 상장한 두 업체도 보안조사를 받으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에서는 다음 타깃이 온라인 게임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 방지라는 분명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 원리가 아닌 공산당과 정부의 판단으로 기업과 산업의 운명이 결정될 경우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의 중국 진출은 더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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