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직접 이체할테니까 이 앱(app)좀 깔아줘."
지난 4월 A씨는 딸에게 문자를 받았다. 처음보는 번호였지만 딸은 대뜸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수리비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은행 계좌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특히 이체는 본인이 직접 하겠다며 보내주는 링크에서 앱을 다운받으라고 졸랐다.
앱이 설치되자 딸은 '이제부터는 휴대전화를 건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얼마 뒤 A씨 통장에서 3천만 원이 빠져나갔다.
엄마는 곧 딸을 사칭한 조직원에게 메신저 피싱을 당한 것을 깨달았다.
피해를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딸'을 사칭한 조직원 등 국내 메신저·보이스 피싱 조직원을 붙잡았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국내 메신저·보이스 피싱 조직원 8명을 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국내 총책인 B(50)씨 등 6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B씨 등은 가족을 사칭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올해 4월부터 지난 달까지 4억 7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이 소지한 범죄수익 4천만 원을 압수했다. 나머지 수익 대부분은 중국에 있는 총책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중국 총책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코로나19와 함께 금융기관의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메신저·보이스 피싱 범죄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남부청 관내에서 발생한 메신저 피싱 범죄는 2019년 687건에서 지난해 2926건으로 300% 넘게 크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300여 건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메신저 피싱 초기에는 단순히 지인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피해자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는 등 범행이 교묘해지고 있다"며 "누군가 파일 설치를 요구한다면 상대방에게 전화하도록 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피해가 발생하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범행계좌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