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413일 만입니다. 지난해 6월이에요, 지난해 6월 끊어졌던 남북 간의 통신연락선이 어제 복원됐습니다. 그런데 좀 갑작스러웠어요. 왜냐하면 이거를 끊을 때 북한이 일방적으로 끊었죠. 연락사무소도 일방적으로 폭파를 했고. 그러면서 청와대를 향해서 '봄날은 오지 않을 거다' 이런 독설까지 퍼부었었던 북한인데 왜 지금 뭐가 바뀌었길래,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죠. 국립외교원 김준형 원장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형 원장님, 안녕하세요.
◆ 김준형>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우선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가 저는 팩트부터 좀 짚어보고 싶은데요. 첫 화해의 시작은 친서였다. 문 대통령이 보낸 친서였다, 맞습니까?
◆ 김준형> 네,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봄날은 안 왔지만 여름이지 않습니까? 봄날은 지났고요. 왜 그런 말씀을 드리냐 하면 그냥 지금까지 남북미의 채널 중에 유일하게 살아있던 게 정상 간의 채널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억해 보시면 김여정 위원장이 비난도 하고 그다음에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고 거기에다가 군대 주둔하는 것을 막았던 사람이 김정은이었습니다. 파국으로 가기 직전에. 그리고 우리 공무원 피살 때도 사과했던 사람이에요. 트럼프는 지금 물러갔지만 정상 간의 채널은 근근히 살아 남아 있었다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북미 간의 친서나 남북 간의 친서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그 정도의 마지막 마지노선은 남아 있었던 것이 이번에 친서로 연결되면서 다시 통신선 복구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 김준형> 완전히 망가진 건 아니었거든요.
◇ 김현정> 사무소 폭발 때, 그게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저한테는 남아 있거든요.
◆ 김준형>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사무소 폭파시키고 여러 가지 독설들이 쏟아질 때 항상 명의가 김여정이었지 김정은이 아니었다, 그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 김준형>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결국은 시켜서 한 사람은 제일 위에 사람이 아니겠느냐 우리가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 이름을 걸고 나섰던 건 김여정이지 김정은이 아니었다. 이거는 뭔가 여지를 남겨둔 것이었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김준형> 그렇습니다. 비난 수위도 이렇게 남한 당국자라고 했지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면서 비판한 적은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으로서도 완전히 판을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게 있었고 그 효과, 그 결과로 아마 지금 다시 살려낸 친서 교환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4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보냈다는 친서, 그러고 나서 10번 정도 주고받고 했다는 그 친서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었던 겁니까?
◆ 김준형> 그런데 이게 저도 보지를 않았으니까 모르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4월 달에 했다는 것은 판문점이지 않습니까? 판문점과 싱가포르 회담은 남북미의 가장 상징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3주년, 특히 그때의 평화프로세스를 기념하는 또는 그거를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제안을 한국 쪽에서 먼저 한 것 같고요. 그다음에 이제 북한 쪽에서도 거기에 응답을 하면서 사실상 친서의 대부분은 이게 밖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어느 한 측이 공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예민한 부분은 건드리지 못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보면 빨리 해야 되지 않겠냐, 당위적인 얘기를 하면서 이런 것들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원론적인 이야기, 잘해보자, 잘 살아보자,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갔을 것이다. 그러면 북한이 그 친서에 감동해서 연락선을 개통했다라고 이렇게 해석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일 거고. 분명히 북한이 어떤 이유, 목적이 있기에 지금 연락선 개통, 복원에 오케이한 거 아닐까 싶거든요. 뭐로 보세요?
◆ 김준형> 보시면 우리가 약간 희망고문을 하면 안 되거든요.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하고 긍정적이지만 이게 엄청나게 남북미 사이의 협상을 거쳐서 그다음 협의를 끌어내기 위해서, 또는 그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다 됐는데 첫 시동을 건 게 아니고 그러니까 결과물, 협상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시동이라고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치밀하게 지금 물밑에서 했고 그다음에 이 다음에 무슨 순서가 있고,이런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그래서 벌써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고 있고 남북미가 연결되고 북미가 연결되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저는 분명히 이 시동이 그렇게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하더라도 이게 너무 쉽게 모든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건 또 다른 희망고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냉철해야 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시면 우리의 기대 현실의 속도가 좀 차이가 나는 건데요. 북한으로 봤을 때는 미국에 기대했던 북한 대북정책 리뷰라든지 한미정상회담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비난 수위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는데 그러나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정도의 인센티브는 없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 속도대로 북한은 맞추는 거죠. 북한도 미국이 좋게 나왔는데 이 판을 깨고 싶지는 않을 것이고 내부적으로 힘들고 북중 관계에 힘을 들이지만 대남채널과 대미채널을 그대로 하나로 살려두는 이걸 확보해 두는 땅 다지기라고 그럴까요. 그럴 필요성이 생긴 거죠.
◇ 김현정> 미국이 분명히 지금 나쁘지는 않은데, 나쁜 정도는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덜컥 손을 잡을 정도로 뭔가를 내주고 있는 상황도 아니니까. 북한도 치고 빠지고 어제 펜싱 봤습니다마는 막 왔다 갔다 하듯이 그 정도 느낌으로 그러면 연락사무소 개통했다 정도로 받아들여야지 이게 완전히 우리 페이스로 뭐가 시작됐다, 이렇게 보면 안 된다 그 말씀이시군요.
◆ 김준형> 그렇죠. 그렇게 보시면 속도를 맞추는 거죠, 북한도. 그러니까 북한이 협상장에 나가는 것에 전제조건을 달았습니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하라,그러면 나가겠다는 얘기였거든요. 그런데 미국의 답은 북한이 먼저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하라는 거였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차원에서 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 김준형> 대선 영향까지는 아니지만 북한으로 봐서도 지금 다음 대선에 대해서 주의 깊게 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 가지 채널을 살려뒀다가 상황에 따라서 그게 나가는 것하고 완전히 떨어진 상황은 다른 거겠죠. 그러니까 북한도 지켜보겠다는 부분,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이 속도가 생각보다 안 빠를 수도 있다. 다음 수순까지. 그리고 특히 북한의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면 대면이라든지 그다음 수순 같은 것들이 우리가 지금 아, 다행이다, 긍정적이다,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다음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치밀하게 우리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김현정> 바로 뭐가 탁 오지 않아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는 그 말씀으로 저는 들려요.
◆ 김준형> 네, 그러나 분명히 긍정적인 방향인 건 맞습니다.
◇ 김현정> 혹시 북한의 내부 상황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없어요? 예를 들어서 코로나 같은 것들.
◆ 김준형> 있죠. 그것도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벌써 백신 지원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그것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북한 내부의 입장에서 그걸 덥썩 받을 입장도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왜 그렇습니까?
◆ 김준형> 지금 내부 사정이, 코로나 상황이 그동안 북한은 굉장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완전히 닫아걸었는데도 뭔가 자세한 거는 모르겠는데 뭔가 방역에 구멍이 생겼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는 것들을 봐서 북한도 지금 이 고비를 지나가야 하거든요.
◇ 김현정> 지금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아직 확진자 제로잖아요. 없다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뚫렸다는 얘기가 들리나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 김준형>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보면 워낙 닫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건 모르지만 분명히 문제가 생겼고 북한에 나오는 담론들을 보면 위기감들이 등장하거든요. 확진자는 없지만 계속 위기 상황이라고 얘기를 하는 거 보면 그렇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교수님, 제가 올해 1월 1일에 인터뷰 했던 거 기억하세요?
◆ 김준형> 뭐였죠?
◇ 김현정> 신년 인터뷰 했잖아요, 우리.
◆ 김준형> 네, 했죠.
◇ 김현정> 나오셔서 했잖아요.
◆ 김준형> 기억은 합니다마는 내용을.
◇ 김현정> 신년 전망해 주셨어요. 뭐라고 하셨냐면 판이 깨지지는 않았다.
◆ 김준형> 네.
◇ 김현정> 구름 속의 한 줄기 빛, 실버라이닝.
◆ 김준형> 맞습니다.
◇ 김현정> 그 얘기했던 거 기억하시죠? 실버라이닝을 기대해볼 만한 해다, 그러셨는데 사실 그때는 확 와닿지는 않았어요. 확 와닿지는 않았는데 지금 돌아가는 거 보니까 이 친서, 이런 게 약간의 그런 실버라이닝은 아닌가.
◆ 김준형> 맞습니다. 딱 실버라이닝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실버라이닝으로 딱 보면 됩니까? 그러면 아까 앞서가지는 말라고 하셨습니다만 그래도 기대하게 되는 건 이 분위기가 좋게 연결이 되면 남북정상 간의 핫라인도 복원되고 그거를 넘어서면 남북 정상회담 과거에 갑자기 어느 날 판문점에서 만났듯이 뭔가 이렇게 하루 아침에 될 수 있는 것도 아닌가, 어떻게 보세요?
◇ 김현정> 전격적인 물꼬가 트는 것도 결국은 미국의 사인과 맞아야지 이게 가능한 건가요?
◆ 김준형> 그렇죠. 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것들이 모두 합의가 된 다음에 하나의, 이번에는 1단계, 2단계, 3단계로 가는 게 아니라 이것이 일종의 시동을 건 거지 어떤 협상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부분은 우리가 분명히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어게인 2018. 한 번 더 그런 정상회담, 이거는 아직은 꿈이다.
◆ 김준형> 꿈이랄 것까진 아니지만 저는 충분히 그 부분은 노력해야 하지만 희망고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가능성은 있지만 그게 뭐 장담할 수는 없다, 그 정도로 보면 됩니까?
◆ 김준형> 네.
◇ 김현정> 이 화해 모드가 계속 이어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한미 연합훈련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달인데요, 여러분. 제일 북한이 민감해 하는 게 이 한미연합훈련이에요. 제일 껄끄러워해요. 보기 싫어해요. 그런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화해를 위한 유인책은 없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일부러 북한 좋으라고 한미연합훈련 하던 거 중단하고 이런 생각은 없다는 걸로 들리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준형> 지금 그게 사실상 가장 중요한, 예민한 문제인데요. 그런데 이것 때문에 만약에 통신선을 연결시켜서 또 하게 되면 끊는다, 이런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고요. 북한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완전 중단이 아니라 계속 이어졌던 것에 대한 불만은 계속 나왔었고요. 현실 상황이 뭐냐 하면 좀 축소된 형태로 작년, 재작년에 (훈련이) 있었을 때 북한이 비난은 했지만 이 자체를 가지고 전체를 문제 삼아서 망가뜨린 건 아니란 말이에요. 그렇게 보면 올해 또 조심스럽게 예측을 하면 이게 중단이냐, 아니냐의 어떤 선택보다는 북한이 비판을 하더라도 이게 축소되는 정도로, 지금 코로나 상황인 만큼 축소될 가능성이 많거든요. 그렇게 보면 이 자체가 완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걸림돌이, 완전한 걸림돌이 되리라고 저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그대로 할 거라고 보시는 거예요.
◆ 김준형> 축소되고 이거를 북한에게 공격적인 부분에 대해서 위협적으로 보여준다는 정도의 관리만 하면 북한도 비판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 김준형> 현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모릅니다마는 우리가 말하는 통신 같은 거, 예를 들어서 북한 대북정책 리뷰를 했을 때 이메일로 보낸 것을 북한이 수용했다고 얘기를 했단 말이죠. 이 정도의 컨택은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실무자들이 만나거나 뭔가 협상의 분위기, 그런 거는 전혀 없었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도록 하죠. 원장님, 고맙습니다.
◆ 김준형>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국립외교원 김준형 원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