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강유역환경청과 용인시 등은 엽사를 투입했다가, 동물보호단체 반발로 생포하기로 방향을 바꾸는 등 20여일간 남은 한 마리의 행방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애초 농장을 탈출한 곰은 두 마리가 아닌 한 마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농장주 A씨의 말만 믿고, 있지도 않은 곰을 쫓은 셈이다.
불법증식 수단으로 전락한 '전시관람' 용도 전환
27일 환경부와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전국 26곳의 농장에서 곰을 사육하고 있다. 곰 개체수만 400여마리에 달한다.
곰 사육이 시작된 시기는 지난 1981년. 이후 멸종위기종 보호에 대한 압박으로 정부는 곰 산업을 종식 대상으로 규정하고, 사육 곰에 대한 개체수를 줄여나가기 위해 '중성화사업'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곰 사육 농가들의 반발을 불식시키기 위해 곰을 사육용과 전시관람용으로 구분해 사육용은 중성화해 개체 수를 줄여 종식시키고, 전시관람용은 증식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게 화근이었다. 농장주들이 불법증식의 유혹에 빠지는 단초가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국의 허술한 관리 감독을 틈타 사육용을 전시관람용으로 속여 무분별하게 곰을 증식하는 데 이용했다.
실제로 A씨 역시 최근 5년간 곰 36마리를 무단 번식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고, 일부는 불법증식 사실이 확인돼 이미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이익 극대화' 욕망에 솜방망이 법은 무용지물
당국은 사육용 곰의 처분을 독려하기 위해 10년생 이상 곰의 웅담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곰기름과 곰발바닥 등 불법가공판매까지 더하면 한 마리당 5천만원 이상의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불법 증식이 적발되더라도 몇 백만 원의 벌금에 불과해 당국의 눈을 속인 밀실 증식·도축이 횡행하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실태를 알고도 불법증식 등을 사후 확인해 고발이나 행정처분에 그칠 뿐 근본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행위를 잡아내기는 어렵다"면서도 "3~4년 뒤로 예정된 곰 보호시설 건립시점을 앞당겨 불법증식한 곰에 대해 몰수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씨가 이 같은 불법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치 않다. 탈출했다고 속인 곰도 결국엔 사체 일부가 냉동고에서 발견됐다.
이에 정부도 관련 법을 개정해 다음 달부터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허가 없이 증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기준을 3배 강화할 방침이다.
"두루뭉술한 관리·감독 체계와 시설 개선 시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독 지침은 '연 1회 정기검사'와 '필요 시 수시검사' 등으로 느슨한 수준이다. 과실로 사육동물이 탈출하면 농장등록을 취소할 수 있지만 적용된 사례는 드물다.
시설기준 또한 △사육동물 특성에 맞는 적절한 장치 설치 △사고 시 조치 장비 구비 △탈출·폐사 대책 마련 등 다소 두루뭉술하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농장은 30년 넘게 노후화되고 비좁은 환경에서 곰들을 방치하듯 사육해 탈출사고나 폐사 등 악순환을 겪고 있다.
A씨 농장에 갇힌 곰들도 35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차광막 하나 없이 우리 안에 갇힌 채 생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증식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감독과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용도별 구분 사육과 열악한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녹색연합 박은정 녹색생명팀장은 "중성화수술을 피할 수 있는 전시관람용으로 용도를 바꿔 무분별한 증식이 자행됐다"며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고 관련 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감독 강화와 용도별 사육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차례 불법행위를 저지른 농장주에게는 상응하는 몰수나 등록 말소 같은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했는데 그간 관리·감독은 개체수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그마저도 밀실에서 재증식된 개체는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팀장은 "무엇보다 구례에 추진 중인 몰수 곰들의 보호시설 준공을 앞당기고 수용 규모도 기존 75마리 정도에서 대폭 늘려야 한다"며 "개별 사육시설 교체·확충과 CCTV 설치 의무화, 권역별 전담 관리인력 배치 등의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