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드카페 위장 '심야 홀덤' 적발…도박장 개설 '의혹'

단속 업장, 잠입 르포…실내엔 카지노 테이블, '밑장 빼기' 금지 벽보
코로나 와중 집합금지 제외된 '보드카페' 위장…변칙·불법 영업, 한 차례 적발에도 또 '배짱 운영'
업장 주변 '불법 환전' 정황 포착, 주변 상인들 "일반적인 게임장 아니다"
경찰 "방역수칙 위반, 도박 혐의 모두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것"

27일 실제 단속이 이뤄진 게임장 내부 모습. 영상 캡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정점에 달한 위기 상황에서 불법 심야 영업장이 독버섯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단속된 업장의 상당수는 영업 및 집합 금지 명령을 어긴 불법 유흥업소들이지만, 개중에는 홀덤펍과 같이 게임을 주업으로 하는 업소들과 마작 등의 도박장들도 섞여 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방역의 구멍'일 뿐 아니라, 사행성을 조장하며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중랑경찰서와 구청은 지난 26일 서울 면목동의 한 홀덤 게임장에서 새벽 1시가 넘도록 불법영업을 한 직원과 손님 등 22명을 집합금지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

경찰은 당초 "도박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오전 1시쯤 단속을 위해 업소로 출동했다. 굳게 닫힌 철문을 확인한 경찰은 소방서에 공조 요청을 한 끝에서야 업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도박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집합금지 위반으로 일단 단속하는 데 그쳤다.

해당 업장은 지역의 골칫거리 같은 곳이다. 이미 지난 6월에도 한 차례 단속된 바 있고, 당시 '보드게임 카페(자유업)'로 사업자 등록을 한 채 '게임장'으로 운영한 사실이 적발돼 영업이 금지됐지만, 버젓이 '배짱 영업'을 하다가 재차 적발된 것.

구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업소는) 첫 번째 적발 당시 운영 형태가 홀덤게임장인 걸 확인하고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지난달 17일 집합금지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실제 단속이 이뤄진 게임장 내부 모습. 카지노 테이블 위에 포커 카드와 칩이 널부러져 있다. 백담 기자

27일 낮,  전날 단속된 업장을 찾았다. 건물 외부에선 '보드게임 카페'임을 알리는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빌딩 내부 안내판에만 피아노 그림과 함께 'B****ing Music'이란 상호가 붙어 있다. 외관만 봐선 무엇을 하는 업소인지 연상하기 힘들었다.

지하로 내려가 열려져 있는 문 사이로 실내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업장 안은 홀덤펍의 모습과 유사했다. 실내 가운데엔 카지노 테이블이 있었고, 테이블 위엔 바카라와 포커 등을 할 수 있는 카드와 판돈 대신 사용하는 칩들이 놓여져 있었다.

업장의 벽면엔 "매장 내 현금거래 절대금지", "욕설 금지" 등의 문구가 커다랗게 적힌 벽보가 붙어 있었다. 통상 게임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단초가 욕설 행위다. 게임에서 졌을 경우 내뱉는 욕설이 폭력 행위로 연결되기 쉽다.


그리고 다른 벽보엔 "플레이 중 테이블 밑으로 손을 넣으시면 자동 폴드(기권) 처리 된다"는 경고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른바 '타짜'들의 '밑장빼기' 기술을 엄격히 금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장 한 켠의 냉장고에는 음료 등이 채워져 있었다. 다만 술은 보이지 않았다. 단속 관계자는 술을 파는 홀덤펍과 판매하지 않는 홀덤게임장의 개념을 구분해서 사용했다.

적발된 업체는 '보드게임 카페'가 집합금지 업종이 아닌 것을 악용해 '꼼수 영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홀덤펍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유흥시설 5종과 함께 홀덤펍·게임장은 집합금지 시설로 지정됐다. 보드게임 카페는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영업에 있어 제한을 받지 않는다.

27일 실제 단속이 이뤄진 게임장 한쪽 벽면에 붙은 포스터. "게임장 내 현금 거래를 절대금지", "욕설금지"가 크게 적혀있다. 백담 기자

업장에서 나와 주변에서 만난 상인과 주민들의 증언은 해당 업소가 홀덤게임장을 넘어 도박장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했다.

인근 상품권을 매입하는 업소에서 사설 도박장의 환전 업무를 대행한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한 업주에게 "해당 게임장의 칩을 매입하느냐"고 묻자 "업장 근처 복권방에서 매입하는데 ***상품권(단속업소)은 거래 안 할 것이고, **상품권(주변 다른 게임장 추정)만 취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속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수사기관 관계자는 "불법 게임장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칩을 상품권과 교환해주기도 한다"며 "강원랜드에서 사용되는 칩은 위변조가 어려운 반면, 시내 업소들이 사용하는 기성품은 현금화가 어렵기 때문에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단속된 게임장은 주로 젊은 계층을 대상으로 밤 시간대 영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근 상인 A씨는 "직원도, 손님도 전부 20대, 3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었다"며"낮에는 문을 열어놓고, 밤에는 문을 잠가놓는데 저녁 시간에 직원이 전화를 받고 문을 열어주는 걸 자주봤다"고 털어놨다.
 
주민 B씨 또한 "(해당 업장을) 보드게임방으로 알고 있는데, 불법 영업을 한다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며"전에도 경찰이 몇 차례 단속 나온 적 있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도박 현장의 경우 적발 당시 현장에서 현금이 오간 정황이 확인돼야 하지만, '변칙 홀덤 게임장'의 경우 현금이 오가지 않아 단속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단속되더라도 과태료(이용자 10만원) 혹은 벌금(업주 300만원) 처분을 받게 되는데, 그 액수가 크지 않은 점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홀덤펍도 이용시설 집합금지 시설 중 하나로 되어 있어 계속 단속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신고가 많고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칩을 돈으로 환전하는 것은 도박성에 가깝기 때문에 도박개장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과거 카지노바에서도 칩으로 고가의 양주를 거래하는 행위를 단속했었고,  홀덤펍도 같은 형태의 영업형식으로 보여져 충분히 도박개장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흥시설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가장 크기 때문에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단속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도박과 관련해서도 단속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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