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빠진 '세종 폐기물처리시설' 선정위…요식행위 전락?

박용희 세종시의원 제공

세종시가 전동면 송성리 일대에 추진 중인 친환경종합타운(폐기물처리시설) 사업추진기구에 건립을 반대하는 후보지 주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후보지 주민 대표들이 사업추진기구에서 전원 사퇴했지만, 시에서 자체적으로 주민 대표 등을 재위촉한 것이다. 주민들은 28일 오전 9시부터 세종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세종시와 반대하는 주민 등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폐기물처리시설의 사업추진기구인 입지선정위원회(이하 입지선정위) 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입지선정위는 주민대표 5명, 시의원 2명, 전문가 5명, 공무원 2명 등으로 구성됐는데, 앞서 시의원 1명과 주민대표 5명이 건립 철회를 촉구하며 입지선정위에서 사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선정위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는 최근 주민대표 5명과 시의원 2명을 재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례상 시장이 위원을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전동면과 인접 지역 면에 추천 요청 문서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최종적으로 추천이 안 들어왔다"며 "조례에 의해 시장이 선정할 수 있어서 세종시 거주 주민이지만 (후보지) 지역 현안 사항을 잘 알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분으로 5명을 재선정했다"고 밝혔다.

후보지 주민의 목소리는 빠진 채 선정위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주민들에게 재차 (참여를) 요청하고 시장도 주민 간담회 때 주민들에게 대표로 참여해 반대 의견을 달라고 얘기했는데도 참여를 안 하셨다"며 "그런 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후보지 일대 주민 중 선정위에 참여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어 실제 주민의 목소리는 빠진 입지선정위가 돼버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반대 집회하는 전동면 주민들. 연합뉴스

이날 진행되는 입지선정위에서는 타당성 조사의 평가항목과 배점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다뤄질 예정이다.

주민들은 대대적인 집회를 예고했다. 반대하는 한 주민은 "세종시청 앞 광장에서 분수대와 양쪽으로 각 50명씩 총 150명의 전동면, 조치원읍, 연서면, 전의면 주민들이 집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폭염 속에서 고령의 주민들이 집회를 진행하는 것을 염려해 소방청에 긴급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시는 설명했다.

입지선정위 사퇴 의사를 밝힌 세종시의회 박용희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에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을 더 적극적으로 해서 합의를 이끌어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선임되는 입지선정위원들이 어떤 분들이냐는 따져봤으면 좋겠다"며 "진정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분들인지, 아니면 지역과 관련이 없는 분들로 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을 확대시킨 책임은 시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행복도시 계획에는 6-1생활권 구 월산공단에 4~6생활권 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재공모를 통해 전동면 송정리로 유치하기로 한 것이다.

박 의원은 "(계획이 바뀌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며 "변경하게된 이유는 연구용역을 통해서 분산배치하는 것보단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운영적인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했지만, 근거로 대단히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시는 전동면 송성리에 하루 400t급 폐기물을 처리하고 80t의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화할 수 있는 친환경종합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인구 증가에 따라 생활폐기물 배출량도 급증해 하루 발생량이 2016년 96t에서 지난해 187t으로 5년동안 2배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시는 위탁처리비로 85억원을 지출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친환경종합타운 설치지역에는 약 240억원 예산의 수영장·워터파크·체육시설 등 주민이 원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매년 약 10억원 정도의 주민지원기금이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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