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연합훈련 규모나 형식에 관계없이 매년 반발해 왔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쉽사리 중단할 수는 없다.
'군사훈련 문제 다루자'면서 못 열린 군사공동위,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본래 대규모 실병(實兵)기동훈련(야외기동훈련, FTX)까지 같이 했지만, 2018년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듬해부터는 연대급 이하에서만 이를 실시하고 보다 큰 부대에서는 CPX만 실시해 왔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오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방어적이고 연례적인 연습이다"는 입장을 밝히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검증평가 등을 위해 CPX를 꾸준히 실시해 왔다.
그러자 올해 3월 16일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담화를 내 "우리는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하여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또다시 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매년 반복되던 패턴이기도 하다.
이는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합의서는 "(남북)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 이후로 '하노이 노딜'이 이어지면서 군사공동위가 가동된 적은 없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살해 사건 때도 군 통신선만이라도 우선 복구해 공동조사를 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간 군사공동위가 열린 적이 없긴 하지만, 국제정치 상황도 바뀌었다. 트럼프식 '톱다운'에서 벗어나 '바텀업', '외교적 해결책'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는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 취임 뒤 첫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공언했다.
靑 "통신선 복원과 연합훈련은 무관"…실제 속내는 '복잡'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필요한 한국군 주도 연합작전 수행능력 검증을 위해서는 연합훈련이 필요하다. 임기 내 전환은 사실상 힘들어졌지만, 국방부는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에 '자주적인 행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도 그 '자주적인 행보'에 해당하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연합훈련에는 반발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를 신경 써야 하지만, 그렇다고 검증 문제를 생각하면 연합훈련부터 무작정 중단하기는 어렵다. 또, 실제 전쟁 시나리오와 비슷하게 구성한 연습을 통해 연합방어준비태세를 점검한다는 의미도 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이번 조치에 대해 "북한이 한반도 국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시키기 위해 남북관계에서도 우호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사전포석"이라고 풀이하면서 "예를 들어 한국은 8월 연합훈련 (진행)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미가 대화 분위기 촉진을 위해 선제적으로 연합훈련을 중단하더라도, 북한이 어떻게 호응해 올지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실속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조치가 될 수도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8월 연합훈련과 관련해 북한이 상대적으로 조용히 침묵을 지킨다면 북한의 대화 복귀 의지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연합훈련 축소 또는 유예를 추진한다면 결국 북한의 우회적 이간 시도가 먹힌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관련 질문에 "통신연락선 복원과 한미연합훈련은 무관한 사안이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해 조정 여지는 남겨뒀다.